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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 입문[2/2] / 에스테르기[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1 조회수745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 입문[2/2](에스 1,1-10,3)

 

에스테르기의 역사적 사실의 진실여부의 확인은 어렵다. 에스테르기가 페르시아 왕국의 도성 가운데 하나인 수사 왕성의 지리, 연대, 행정에 대한 지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야기 자체도 연대와 장소, 등장인물들을 명시하여 일종의 역사화를 꾀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책이 전하는 바는 현대적 의미의 역사적 보고가 아니다. 사실 임금을 제외한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왕국의 왕비는 항상 페르시아 사람이었다.

 

히브리 말로는, 아하스에로스인 크세르크세스 1세라면, 그의 왕비는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와스티가 아니라 후타오사라는 여인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에 대한 말살 정책에 대항하는 유다인들의 조직적 반격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에스테르기는 이룰 수 없던 유다인들의 소망을 소설의 형태로 전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핵심에는 유다인들의 실제적 체험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유다인들을 말살하려는 시도는 역사상 여러 번 있어 왔기 때문이다. 에스테르기에 담긴 말살 시도는 그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사육제적인 경향을 보존하고 있는 푸림절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주사위를 뜻하는 외래어 푸림은 유다인들의 이 축제가 본디 이교도들의 축제였는데, 유다인들이 이를 자신들의 축제로 받아들였음을 가리킨다.

 

어떤 이들은 이 이교 축제를 바빌론의 신년 축제 또는 원초적 혼돈에 대한 승리자로서 운명의 신들을 통괄하는 므로닥 신의 축제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바빌론의 신인 므로닥과 이쉬타르, 엘람의 신인 후만과 마스티 사이의 투쟁, 또는 다리우스 임금이 벌인 제관들의 학살 등을 이 축제의 배경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가설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영향들을 처음부터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그들의 다른 축제들처럼 유다인들은 이교도들의 신화를 받아들여 이를 역사 속으로 삽입시켰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서만 인식될 수 있으며, 바로 이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선택하시고 또 이들을 바로 그 속에서 살게 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마치 그리스도교가 예수 성탄 대축일과 관련하였듯이, 자신들의 역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이교도들의 축제를 수용하고 탈신화화하여 자신들의 전설을 정당화한다.

 

역사와 일상 체험은,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다름에 대한 권리를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새롭게 지적해 준다. 유다 백성이 여러 나라에 퍼져 살게 된 뒤, 그들은 여타의 소수 민족들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하여 박해의 대상이 되어 왔다. 14세기 유럽의 대흑사병을 계기로 한 유다인 학살 또는 독일의 나치당과 그 공범자들이 채택한 이른바 최종적 해결은 이에 대한 비극적인 실례들이다. 이스라엘이 자기들을 말살하려는 그 모든 시도들에도 존속하는 것은 당신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시고자 이 민족을 선택하신 하느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하만이 모의한 유다인 말살도, 모르도카이가 조직한 -말살활동도 그 끝이 아니다. 이런 맹목적 폭력은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올 뿐이다. 유다인의 원수들이 유다인들을 매단 십자가, 또는 유다인들이 비유다인들을 매단 십자가 밑에서가 아니라, 비유다인들과 유다인들이 하나 되어 못 박았지만 비유다인들과 유다인들 모두를 위하여 돌아가신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서만이 화해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

 

이 에스테르기의 시작은 책 이름의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것이 아닌, 그녀와는 사촌 지간인 모르도카이의 꿈 이야기로 시작한다.[계속]

 

[참조] : 이어서 ‘3. 모르도카이의 꿈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페르시아 왕국,크세르크세스 1세,푸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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