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3 조회수2,056 추천수8 반대(0)

정약용 선생님은 조선 후기의 학자입니다. 정조의 사랑을 받았고, 행정가로도 촉망받던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에게는 생각지 않았던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학문으로 받아들였던 서학, 천주교가 몇 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았습니다. 정약용이 속해있던 남인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천주교의 교리가 유교를 근본으로 하는 조선의 문화와 전통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형 정약종은 순교하였고, 정약용 또한 유배를 가야 했습니다. 정약용에게 18년의 유배생활은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 헤어져야 했고, 벼슬길에서 멀어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약용은 18년 유배생활을 좌절과 고통의 시간으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학문을 연구하였고, 후대에 길이 남을 역작을 저술하였습니다. 정약용에게 18년의 유배시절은 학문을 연구하는 시간이었고, 새로운 사상을 다듬는 시간이었고,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정약용에게 유배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체험했습니다. 유대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동료였던 유대인들에게 박해를 받았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이 로마의 법정에 바오로 사도를 고소하였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이면서 로마의 시민이었던 바오로 사도는 항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습니다. 감옥에 있었던 바오로 사도는 로마로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감옥은 고독과 단절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고통과 절망의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초대교회 신학의 토대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감옥은 로마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감옥은 예수님을 찬양할 수 있는 성전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있으면서 여러 공동체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몸은 비록 감옥에 있었지만 복음 선포에 대한 열정까지 감옥에 가둘 수는 없었습니다. 감옥은 바오로 사도에게 교리와 신학을 정립하는 새로운 변곡점이었습니다.

 

저의 삶에도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저의 게으름과 나태함 때문에 보직에서 해임된 적도 있었습니다. 건강관리를 소홀히 해서 중환자실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음주습관으로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도 했습니다. 절망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늘 제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주셨습니다. 2018년 교구청 근무를 마치면서 주교님과 면담하였습니다. 본당사목은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사적체로 인해 오랜 시간 보조신부로 있어야 하는 후배사제들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인사이동을 하시는 주교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은 선택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고, 저는 20198월에 미주가톨릭평화신문 지사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지내야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언어 소통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신문 홍보가 힘들 거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생활은 제 사제생활에 새로운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걱정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부르클린 교구, 뉴왁교구의 사제들과 친교를 나누었고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언어 소통에 대한 두려움도 곧 없어졌습니다. 직원들이 공적인 업무를 도와주었고, 제가 있는 플러싱은 한국말로도 소통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신문홍보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신문홍보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넓은 땅 미국에서 캠핑을 다닐 수 있었고, 텃밭도 가꿀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미국에서의 생활은 사제생활에 새로운 도전이었고,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지는 상황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두려움도, 근심도, 박해도, 칼도, 굶주림도, 감옥도주 예수 그리스도와 맺어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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