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7 조회수1,813 추천수5 반대(0)

2006년입니다. 당시 캐나다에서 영화 ‘300’을 보았습니다. 300명의 스파르타 병사가 수백만의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용맹한 군사가 왕을 중심으로 단결하였고, 페르시아 군이 들어오려는 길목을 장악했습니다. 페르시아 군은 여러 번 공격했지만 실패하였고, 스파르타 군의 용맹함에 고무된 그리스 연합군은 페르시아 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싸움은 숫자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과 전술 그리고 잘 훈련된 군사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군사를 하나로 묶어줄 지도자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어릴 때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은 고구려를 침략하려는 수나라의 군대를 맞이해서 먼저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화해의 편지였습니다. 그러나 수나라는 자신들의 수와 힘을 믿고 계속 싸우려고 하였습니다. 전설적인 이야기지만 을지문덕 장군은 적은 군사로 수나라의 대군을 물리쳤습니다. 강을 둑으로 만든 뒤 수나라 군대가 강으로 들어오면 둑을 열어서 공격하는 수공을 펼쳤습니다. 그것이 유명한 살수대첩입니다. 맞습니다. 싸움은 숫자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엘리야와 바알의 예언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엘리야 예언자만 남았습니다. 바알에는 450명이 넘는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누구의 신이 강한지 증명하자는 것입니다. 엘리야가 나무로 제단을 쌓고 소를 바치는 것입니다. 바알의 예언자들도 나무로 제단을 쌓고 소를 바치는 것입니다. 강한 하느님께서 먼저 제단을 불사르고 제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은 450명이라는 숫자를 믿고 자기들이 이길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제단 주위를 돌면서 바알의 신에게 청하였지만 하늘에서 불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엘리야는 제단에 물을 가득 부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께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바친 황소를 제물로 받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 중요한 것은 예언자의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믿음이었습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엄청난 군사와 화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였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3일이면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힘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5달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러시아의 군인과 국민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서 군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조국을 지키려는 애국심이 있었습니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를 도와줄 그리스 연합군이 있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게는 자유와 민주를 수호하려는 이웃 국가들이 있었습니다. 이웃국가들은 식량과 무기를 지원하였습니다. 교황님께서도 이번 전쟁의 부당함을 이야기하였고, 평화적으로 전쟁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호소하였습니다. 이미 세상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힘 있는 강자가 약한 나라를 침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쟁도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속히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본당 사목도 비슷합니다. 신자수가 많고, 공동체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성당도 있습니다. 본당신부와 보좌신부가 있어서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본당에 세 들어 사는 공동체도 있습니다. 미사 시간을 정하는 것도, 친교를 나누는 것도 미국 본당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신자 수가 작기에 사제를 모시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랑이 넘치는, 친교로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나라의 공동체는 숫자와 시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나라의 공동체는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작은 공동체이기에 매주 친교를 나눌 수 있기도 합니다. 작은 공동체이기에 장례가 나면 모두가 와서 연도를 합니다. 작은 공동체이기에 모두가 빠지지 않고 전례에 참석합니다. 중요한 것은 신앙에 대한 열정입니다. 하느님께 의탁하는 믿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과 꿈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비를 베풀고,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성, 죄인, 병자, 이방인에게도 똑같이 주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모든 장벽을 허물고 싶어 하셨습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모든 율법과 계명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율법과 계명은 울리는 징과 같습니다. 사랑이 있어야 율법과 계명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