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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4일 간의 기도 여정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8 조회수1,490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난 4월 8일에 본당에 한 자매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글을 올렸습니다. 사랑하는 누나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누나를 위해 54일 9일기도를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4월 9일부터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앱을 통해서 했습니다. 앱에 설정을 해서 보니 마치는 날이 6월 1일이었습니다. 육신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9일기도를 남을 위해서 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에는 통상적인 9일기도만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몇일 하다가 기도의 방식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본당에 계신 다른 분들이 만약 이런 사실을 안다면 약간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소지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해 준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임에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도를 해 주는 사람과 기도를 받는 사람과의 관계도 살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제가 어쩌면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냥 그 자매님을 본당 내 한 교우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굳이 9일기도까지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몇일 칠 전에도 제가 잠시 그분께 보낸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그 문자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게 선행이라면 그 선행을 공개적으로 공표하려고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습니다. 복음의 원리대로라면 이게 제가 설령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 지상에서 받을 상을 다 받은 것과 같습니다. 그때도 언급했듯이 제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저의 사례를 통해서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라는 뜻에서 한 것입니다. 

 

처음으로 그분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신 자매님께서 "베드로씨, 은총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하시는 문자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자를 받고서 저는 그 자매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 자매님도 제가 간혹 누나라고 합니다. 답장을 이렇게 했습니다. "누나! 감사합니다. 저는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하느님의 은총을 거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하느님의 은총을 제가 받는 것보다 저는 0000 누나가 완쾌되는 게 먼저입니다. 저는 누나가 완쾌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제가 투병하는 누나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앞전에 잠시 언급을 했지만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종종하게 됩니다. 저는 이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그것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자기에게 부메랑이 되어 자기가 한 말에 대해 하느님의 은총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 누나를 위해 기도를 했다고 해서 제가 하느님의 은총의 통로가 됐다고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기도를 한 게 아니고 그 누나가 그런 기도를 제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누나가 먼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을 누군가는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릴 사람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영세를 받고 본당에서 몇 년 복사를 줄기차게 열심히 잘 섰습니다. 그때 오전 낮 미사 때 언제 한번 '우리 본당 보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보물은 아닙니다. 저처럼 많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렇게 인정을 해 주는 분이 있어서 저에게는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또 한 번은 미사 후에 종을 은혜롭게 잘 친다고 하셨습니다. 이건 사실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저는 종소리를 은혜롭게 하기 위해서 정말 성전에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연습을 한 보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장례미사 때 성가대에서 저를 생각해 열심히 불러주셨다고 장례미사 후에 잠시 말씀해 주셨습니다. 장지에 가면서 자매님께 감사함을 문자로 전했습니다. 이 세 가지 고마움을 저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잊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고마움도 고마움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의 신앙이 비실한 신앙이라고 손가락질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매님은 그런 저를 좋게 봐 주신 것에 대해서 제가 얼마나 감사하겠습니까? 그런 분이니 항상 주일미사 때 영성체를 할 때 성체를 영하고 자리로 돌아올 때 항상 성가대를 바라봅니다. 누나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일 먼저 누나를 봅니다. 

 

왜 누나를 제일 먼저 볼까요? 바로 그게 제가 누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저의 작은 애정과 관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누나가 주일에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것도 마침 영성체를 성가대부터 먼저 하라고 신부님께서 말씀하셔서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수녀님이 코로나에 걸리셔서 성체를 분배할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일미사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분이라 미사 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매님과 잘 지내는 자매님께 문자를 했습니다. 미사 때 자매님이 안 보이셔서 혹시 어디 몸이 불편하신지 하고 여쭤봤습니다. 

 

얼마 후에 답장이 왔습니다. 00암이라고 하면서 지금 서울에서 수술 대기 중이라고 하시는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전에도 언급을 했지만 제가 연기자도 아닌데 문자를 보고 딱 5초 지나서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가슴 아픈 사실을 알았던 그런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암에 걸린 자매님께 문자를 했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기도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간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답장을 잘 하지 않으십니다. 아마 쑥스러워서도 그럴 겁니다. 

 

아 참, 그날 원래 암에 걸린 누나에게 먼저 문자를 하고 나서 다른 자매님께 문자를 했는데 그날은 왠지 답장이 왔어요. 원래 답장을 잘 하지 않는데 답장이 와서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중에 다른 자매님으로부터 투병 사실을 알게 된 거였던 것입니다. 그날 기도 약속도 했기 때문에 바로 9일 기도문을 찾아서 다음날부터 했던 것입니다. 3일 정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9일기도가 어떤 기도라는 것은 이미 익히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제 믿음과 신앙이 부실하면 제가 드리는 기도의 힘도 약해서 천상의 하느님께 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9일기도가 하느님께 잘 가기 위해서 옆에서 서포터해 줄 수 있는 다른 기도를 추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9일기도는 9일기도대로 하고 따로 묵주기도를 하루에 50단 바치기로 했던 것입니다. 54일 기도를 하니 계산을 해보니 2970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30단 더 추가를 해서 3000단 봉헌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정말 하느님께 잘 상달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매일 50단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보통 많이 하는 날에는 80단을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는 날 이틀 전에는 100단까지도 하루에 바쳐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3000단을 봉헌했는데 하다가 분심이 들면 그건 무조건 제외했습니다. 다시 처음 묵주기도 그 단부터 다시 했습니다. 

 

성모찬송도 어떤 경우는 다 암송을 해서 하기 때문에 간혹 가다가 기도문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처음부터 다시 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원칙을 정했던 것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순전히 집중해서 3000단을 봉헌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몇 번은 목이 쉬어서 아팠던 날도 있습니다. 그때 잠시 기도를 쉬면서 하느님께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예수님, 목이 조금 아프기는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잠시 물 한 잔을 마시고 할 겁니다. 혹여라도 제가 기도를 하면서 목이 아픈 이 작은 고통을 누나가 지금 투병하는 고통을 목이 아픈 제 이 고통으로 제가 대신 보속하는 마음으로 봉헌하겠습니다. 이 봉헌을 어여삐 여기시셔서 부디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화살기도를 올리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진심으로 누나가 아픈 것이 제 가슴엔 너무나도 가슴 아픈 현실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날은 자면서 누나 생각에 베게가 젖을 정도로 울었던 날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뭔가 기도를 하면 기도를 하는 동안에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기도를 하는 중에는 가능하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야한 여성이 지나가도 눈을 아래로 돌렸습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기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눈이 돌아갔을 겁니다. 처음엔 저도 모르게 돌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순간 마음을 바로잡았습니다. 기도 중에 순수한 마음이 없으면 세상 말처럼 마가 끼일까 봐 길을 가도 가능하면 길바닥만 보고 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매번 매단 묵주기도를 할 때도 지향도 매번 다 넣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50단을 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서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약간 힘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나가 제 기도로 만약 완쾌되는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을 내서 인내를 가지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에도 억지로 뭔가를 채우는 느낌으로 하면 기도의 순수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누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하면서 제 마음을 다독였던 것입니다. 사실 누나를 위해 순수한 마음에서 한 건 추호의 거짓도 없겠지만 제 의도와 상관없이 만약 하느님께서 저에게 은총을 내려주신다면 그 은총도 누나에게 되돌아가 누나가 치유되는 은총으로 변화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제 기도가 얼마나 누나가 투병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누나가 저에게 보내준 사랑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잊지 않고 그 은혜를 갚고 싶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사랑을 준 게 그 누군가는 잊을 수 없는 사랑으로 영원히 가슴에 기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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