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09 조회수1,510 추천수7 반대(0)

바둑 용어 중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둑은 집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전투를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포석이라는 말이 있는데 먼저 유리한 곳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이 포석에서 많은 집을 확보합니다. 같은 한 점이지만 포석에 따라서 20집이 되기도 하고, 30집이 되기도 합니다. 포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체형세에서 집이 부족한 사람이 먼저 전투를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집이 부족하면 바둑에서 지기 때문입니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이때 작은 집을 포기하고 더 큰 곳을 차지하게 됩니다. 집이 부족한 사람은 눈앞에 있는 작은 집을 차지하지만 결국 바둑은 지게 됩니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경우 바둑에서는 소탐대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벌써 18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당시 교구 사목국에서 교육담당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저의 강의는 4시부터이지만 1시에 가서 미리 봉사자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저의 강의 주제는 마리아의 신앙이었고, 제 앞의 신부님의 강의 주제는 성화를 통한 예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저는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성당 앞에 불가마 사우나가 있었습니다.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저는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헌법재판소에서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에 대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행정수도 옮기는 것을 부결하였습니다. 관습적으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사우나에서 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사우나에 있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고, 사우나에서 저의 이름을 부른 적도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2시에 강의를 하기로 한 신부님이 길이 막혀서 늦는다고 했답니다. 봉사자는 제가 이미 와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신부님은 고맙다고 하면서 그럼 강의 시간을 바꾸어 달라고 했답니다. 그때부터 봉사자는 저를 찾아 다녔습니다. 5월 성모성월이라서 제가 성모동산에 있을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사제이기에 성당에서 조배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사제관에서 본당 신부님과 대화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봉사자는 성당 밖에 있는 불가마 사우나를 보았고, 혹시 해서 저를 찾는 방송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저는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후사정 이야기를 듣고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저의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봉사자가 생각한 곳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몸이 조금 편하자고 따뜻한 사우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소탐대실이었습니다.

 

우리의 신앙에도 소탐대실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기도하고,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것을 탐하면서 소중한 신앙교육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성당에 가지 않아도 내버려 두었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성당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가정에서 기도하지 않아도 내버려 두었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기도할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앙은 관념이 아닙니다. 신앙은 매일매일 삶 속에서 드러내는 실천이며 행동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박해를 받으면서도 목숨을 바치면서도 지켜온 신앙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모든 것이 자유로운 시대에 어쩌면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소탐대실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전을 신축하고, 병원을 세우고, 피정의 집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공감입니다. 십자가의 희생만이 우리를 부활에로 이끈다는 믿음입니다.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