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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 모르도카이의 기도 / 에스테르기[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1 조회수1,192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9. 모르도카이의 기도(에스 4,17-17(10))

 

아무튼 그간 에스테르와 모르도카이 사이에 주고받은 이야기 요지는 대충 이렇다. 왕비의 몸으로 이 상황을 대처하기에는 어쩌면 한계가 있다. 잘못되면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그 죽음이 당장 내일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왕비의 이 의중을 안 모르도카이는 신중하게 앞으로 닥칠 비극의 실마리를 풀 마지막 뜻을 밝힌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 여유로운 게 아닌 화급을 다툴 사항이며, 일개 개인이나 집안의 문제가 아닌, 민족의 사안이자 치욕의 문제임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이를 끝내는 하느님께서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확신하는 자신감마저 내비쳤다.

 

지금 비록 왕궁에 있다고 모든 유다인들 가운데 홀로 왕비만이 살아남으리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를 마시오. 왕비께서 이런 탄식과 통곡의 때에 정녕 침묵을 지킨다면, 유다인들을 위한 해방과 구원은 분명 다른 데서 반드시 일어날 것이오. 그러나 그때는 그대와 그대의 아버지 집안은 알게 모르게 절멸하게 될 것이오. 누가 이를 어찌 모르겠소?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하여 그대가 왕비 자리에까지 이르렀는지를.’ 하탁으로부터 모르도카이의 최후의 통첩처럼 온 몸이 떨리는 말을 들은 왕비는 대단한 결심을 했다. 그래서 그녀가 모르도카이에게 전하는 뜻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수사 왕성에 살고 있는 온 유다인들을 모아, 저를 위해 사흘 동안 밤이고 낮이고 다함께 단식에 동참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사이 결단코 먹지도 마시지도 말아 주십시오. 저도 마찬가지로 저의 시녀들과 함께 이럴 때 입는 자루 옷을 걸치고 단식하겠습니다. 나아가 비록 법을 벗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죽는 건 매한가지니까 당당하게 임금님께 나아가렵니다. 그러다가 죽게 되면 기꺼이 이 한 몸을 하느님께 던져 죽겠습니다. 어째서 이 지경에까지 이러고서 죽기를 끝내 마다하겠습니까?’ 하탁의 이 이야기를 들은 모르도카이는 물러가서, 에스테르가 자기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 것을 모두 실행하였다.

 

그리하여 주님의 모든 업적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단호하게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에스테르 왕비의 단호한 뜻을 짐작한 모르도카이는 이렇게 주님께 구구절절하게 온 몸을 바쳐 기도드렸다. 그처럼 그의 기도는 단호했다. “주님, 주님, 만물을 다스리시는 임금님! 모든 것이 당신의 권능 안에 있으며 당신께서 이스라엘을 구하고자 하시면 당신을 거스를 자 없습니다. 당신께서 하늘과 땅, 하늘 아래 놀라운 것들을 모두 만드셨습니다. 당신은 만물의 주님, 주님이신 당신께 맞설 자 없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의 기도는 계속된다. “방자한 하만에게 무릎 꿇고 절하지 않음은 제가 교만해서도 오만해서도 명예를 좋아해서도 아님을 주님,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서라면 그의 발바닥에라도 기꺼이 입 맞추었으오리다. 제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인간의 영광을 하느님의 영광 위에 두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주님이신 당신 말고는 아무에게도 무릎 꿇고 절하지 않으오리니 제가 이렇게 함은 교만 때문이 아닙니다. 이제 주 하느님, 임금님 아브라함의 하느님 당신의 백성을 돌보아 주소서!”

 

모르도카이의 기도는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저희를 멸망시키려 눈독을 들이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당신께서 손수 선택하신 이 백성을 파멸시키려 저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집트 땅에서부터 당신 자신을 위하여 속량하신 당신의 몫을 업신여기지 마소서. 저의 간청을 들으시어 당신의 이 백성을 가엾이 여기시고 저희의 슬픔을 잔치로 바꾸어 주소서, 그리하면 저희가 살아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오리다. 주님, 당신을 찬미하는 이들의 입을 없애 버리지 마소서.” 이렇게 온 이스라엘 백성도 힘껏 외쳤다. 죽음이 그들 눈앞에 그렇게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모르도카이의 이 기도는 그의 탄탄한 믿음에 근거해 참으로 단호했고, 듣는 이마저 심금을 자아냈다.[계속]

 

[참조] : 이어서 ‘10. 에스테르 왕비의 기도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하탁,모르도카이,수사 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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