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0. 에스테르 왕비의 기도 / 에스테르기[1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2 조회수1,17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0. 에스테르 왕비의 기도(에스 4,17(11)-17(20))

 

모르도카이의 이 기도는 그의 탄탄한 믿음에 근거해 참으로 단호했고, 듣는 이마저 심금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전적으로 하느님께 매달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처절하기가 그지없었다. ‘당신께서 손수 선택하신 이 백성을 파멸시키려 저 하만의 무리들이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저 이집트 땅에서부터 당신 자신을 위하여 속량하신 당신의 몫을 이제와 결코 업신여기지 마소서. 저의 이 간청을 꼭 들으시어 당신의 이 백성을 가엾이 여기시고 저희의 슬픔을 큰 잔치로 바꾸어 주소서, 그리하면 저희가 살아 당신의 이름을 더더욱 찬양하오리다. 주님, 당신을 찬미하는 이들의 입을 결코 없애 버리지 마소서.’

 

이렇게 온 이스라엘 백성도 곳곳에서 목청을 돋우며 힘껏 외쳤다. 죽음이 그들 눈앞에 그렇게 바짝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뒤질세라 에스테르 왕비도, 모르도카이에게 당부한 그대로, 자기에게도 다가올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주님께 피신처를 구하였다. 그리하여 왕비는 궁중에서의 그 화려한 의복을 훌훌 벗고는 고뇌와 슬픔의 의복을 갈아입었다. 값진 향료 대신 재와 지독한 오물을 머리에 온통 뒤집어쓰고, 심지어는 자기 몸을 거칠게 다루었으며, 즐겨 치장하던 온몸을 헝클어진 머리칼로 뒤덮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이스라엘의 주님께 이렇게 기도드렸다. “저의 주님, 저희의 임금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는데 이 몸은 이처럼 위험에 닥쳐 있습니다. 저는 날 때부터 저의 가문에서 들었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이스라엘을 모든 조상들 가운데에서 저희 선조들을 영원한 재산으로 받아들이시고 약속하신 바를 채워 주셨음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희는 당신 앞에 죄를 지었고 당신께서는 저희를 원수들의 손에 넘기셨습니다. 저희가 그들의 신들을 숭배하였기 때문입니다.”

 

왕비의 기도는 계속 이어진다. “주님, 당신께서는 정녕 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저희의 쓰라린 종살이로 만족하지 않고 자기네 신상들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는 당신 입에서 나온 규정을 폐기하고 당신 재산을 없애 버리며 당신을 찬미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당신 집의 영광과 당신 제단을 치워 버리려는 것이며 다른 민족들이 입을 열어 헛된 우상들을 찬양하고 살덩어리뿐인 임금을 영원히 찬탄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 당신의 왕홀을 존재하지도 않는 자들에게 결코 넘기지 마소서. 저희의 몰락을 그들이 비웃지 못하게 하시고, 오히려 그들의 흉계를 그들 자신에게로 되씌우시어 저희를 거슬러 이 일을 시작한 저 하만을 그 본보기로 삼으소서. 기억하소서, 주님, 저희 고난의 때에 당신 자신을 널리 알리소서.”

 

그녀의 애절한 기도는 슬픔에서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다. “제발 저에게 용기를 주소서, 모든 신들의 임금님, 모든 권세의 지배자시여! 제가 임금님 앞에 나설 때 잘 조화된 말을 제 입에 담아 주시고 그의 마음을 저희에게 대적하는 자에 대한 미움으로 바꾸시어 그 적대자와 동조자들이 저희에게서 끝장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 손으로 저희를 구하시고 주님, 당신밖에 없는 외로운 저를 도우소서.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며 제가 무법자들의 영광과 할례 받지 않은 자들과 모든 이민족들의 잠자리를 경멸함을 알고 계십니다. 당신께서는 저의 곤경을 아십니다. 제가 공식 석상에 나가는 날 머리에 쓰는 제 위엄의 상징을 경멸함을 아십니다. 저는 그것을 개짐처럼 경멸하여 쉬는 날에는 쓰지도 않습니다.”

 

에스테르의 기도는 서서히 마무리되어 간다. “당신의 이 여종은 지금껏 하만의 식탁에서 함께 먹지도 않았고, 임금의 연회를 영예롭게 하지도 않았으며, 또 신들에게 바친 술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더더구나 당신의 이 여종은 여기로 옮기고 나서부터 지금까지는, 당신이 아니고서는 기뻐한 적이 단 한 번도 여태 없었습니다. 주 아브라함의 하느님! 만물 위에 권능을 떨치시는 하느님, 절망에 빠진 이들의 소리를 귀여겨들으시어 악인들의 손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또한 이 두려움에서 저를 구해주소서.” 이렇게 그녀의 기도는 처절했고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이 기도와 더불어 그녀도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오기가 생겼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임금에게도 나아가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기도의 힘이 그녀를 변화시켰다.

 

이렇게 기도를 드린 에스테르는 두려움을 박차고 기쁨의 기분을 느끼며 온 몸을 다듬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11. 임금께 고하는 왕비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왕비,하만,에스테르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