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2. 교만한 재상 하만 / 에스테르기[1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4 조회수1,080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2. 교만한 재상 하만(에스 5,9-15)

 

사실 하느님께 힘껏 기도한 에스테르는 동족에게 닥쳐올 일에 대한 두려움을 박차고 기쁨의 기분을 느끼며 온 몸을 다듬었다. 그는 이 기도를 통해 모든 것을 보시는 구원자 하느님께 간청한 뒤 자신의 약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단식을 끝내고 몸을 추스르고는 당당하게 사흘째 되는 날에 임금님을 찾은 것이다. 왕비는 자루 옷 비슷한 고뇌와 슬픔의 기도 복을 활짝 벗어 제치고 벗고 왕후의 영광을 나타내는 화려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홍조를 띤 에스테르는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그녀의 얼굴은 사랑받는 여인처럼 화사했지만, 어디 마음 한구석은 다소 두려움으로 조여들었다.

 

그리하여 에스테르는 문들을 모두 지나서 임금 앞에 섰다. 임금은 어의를 차려입고 자기 왕국의 왕좌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보기에도 몹시도 두려운 모습이었다. 그때 하느님께서 크세르크세스 임금의 영인 마음을 부드럽게 바꾸어 놓으신 것이다. 그만큼 기도의 힘은 대단했다. 임금이 왕비에게 필요하면 당신 왕국의 반이라도 그대에게 떼어 주겠다고 말할 지경이니 말이다. 아무튼 에스테르가 마련한 연회에 임금과 함께 참석해 한 잔의 술까지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 하만은 기쁘고 흐뭇한 마음으로 자리를 물러 나왔다. 그리고 내일 또 다시 임금과 함께 초대를 받은 그다.

 

그러나 그 기쁜 마음도 잠시, 하만이 궁궐 대문에서 유다인 모르도카이를 보았는데도, 그가 평소 하던 그 짓대로 자기 앞에서 일어서지도 않고 경의도 표하지 않았다. 사실 모르도카이가 이 때만해도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지는 잘 파악되지가 않는다. 다만 그곳에 그가 있었다는 것만 보아도, 궁궐에 관원으로 봉직함을 뜻한다. 그러나 궁궐 대문이 그 대문 자체를 뜻하는지, 대문 부근의 부서들 아니면 궁궐 전체를 뜻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 어떤 직책을 가리키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궁궐 대문에서 모르도카이를 본 하만은 그에 대한 노기가 다시 불타올라 가득 찼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그의 처사를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명색이 대 제국의 재상이 아니던가!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는 임금의 모든 시종들이 자신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하건만, 유독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절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궁궐 대문에서 함께 근무하는 임금의 시종들이 모르도카이에게, “자네는 왜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는가?” 하고 말하였지만, 그는 끝내 듣지를 않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하만은 꾹 참고 집에 돌아가 친구들과 자기 아내 제레스를 불러오게 하였다. 사실 그날따라 그는 기분이 고조되어 있었다. 하만은 그들에게 자기의 막대한 재산과 자식이 많은 것을 자랑하고, 임금이 자기를 영예롭게 해 준 모든 것이며 임금의 모든 대신과 시종들보다 높은 지위에 올려 준 것을 자랑스레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에스테르 왕비는 손수 마련한 연회에 나만 임금님과 함께 오도록 했다오. 게다가 나는 내일도 임금님과 함께 그분께 초대를 받았소.”

 

그러자 나올 때 궁궐 대문에서 모르도카이를 본 그는 그에 대한 노기가 다시 불타올랐다. “그렇지만 유다인 모르도카이가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는 한,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만족스럽지가 않소.” 그러자 그의 아내와 친구들이 모두 하나같이 말하였다. “높이 쉰 자짜리 말뚝을 만들어, 내일 아침에 임금님께 말씀드려서 모르도카이를 거기에 매달게 하십시오. 그러고 나서 임금님과 함께 기쁘게 연회에 가십시오.” ‘쉰 자짜리말뚝이라면, 50암마를 나타내며 약 23미터나 되는 아주 높은 장대다. 사실 말뚝에 매달게 하는 이 처형은 사형 방식으로서보다는 그 전시 효과와 처형자에게 치욕을 주는 데에 주목적이 있다. 모르도카이를 매달 말뚝을 이렇게 높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를 의도하는 것이다. 이 제안이 하만의 마음에 딱 들어, 하만은 그 말뚝을 만들게 하였다.

 

아무튼 에스테르와 모르도카이의 기도 후에, 하느님의 기운이 이 두 사람을 감도는 듯이 보였다.[계속]

 

[참조] : 이어서 ‘13. 모르도카이의 영광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재상,어의,궁궐 대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