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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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22 조회수1,919 추천수9 반대(0)

어릴 때 읽은 시골 쥐와 서울 쥐라는 이솝우화가 있습니다. 서울 쥐가 시골 쥐의 집으로 놀러갔습니다. 시골 쥐가 내놓은 음식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 식어 빠진 감자와 옥수수 몇 알이었습니다. 서울 쥐는 음식을 보며 눈을 찌푸렸습니다. 그리고 시골 쥐를 서울에 초대했습니다. 서울 쥐의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서울 쥐는 시골 쥐와 함께 쥐구멍으로 숨었습니다. 사람 눈에 뛰면 죽기 때문입니다. 다시 나와서 음식을 먹으려는데 이번에는 고양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서울 쥐와 시골 쥐는 다시 쥐구멍으로 숨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잡히면 죽기 때문입니다. 시골 쥐는 서울 쥐와 있는 것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비록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골 쥐는 다시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비록 먹을 것이 부족하지만 아무 두려움과 걱정이 없는 시골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부님의 초청을 받아서 큰 성당으로 신문 홍보를 갔습니다. 성당의 시설과 사제관은 부러웠습니다. 널찍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성당에 학교와 교육관이 있었고, 주차장도 충분했습니다. 성당의 좌석도 넓었고, 공간도 아름다웠습니다. 사제관은 손님방도 큼지막했습니다. 부러운 마음에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골 쥐가 생각났습니다. 매일 영어미사와 한국어 미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주일에는 한국어 미사 2번 그리고 영어 미사를 2번 한다고 합니다. 마침 그 때는 보좌신부님이 한국으로 휴가 갔다고 합니다. 영어 모임, 한국어 모임도 있고, 참석해야 할 회의도 많다고 합니다. 교구의 모임도 빠지면 안 된다고 합니다. 저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제가 하는 일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문 홍보를 다니니 마치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즐거웠습니다. 신문사 운영에 재정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지난 3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신문을 만드는 일이 훨씬 마음이 편하였습니다. 신문 홍보를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문사로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십자가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늘 불평이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가벼운 십자가를 청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불평이 많은 사람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가 있는 동산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음에 드는 십자가를 고르라고 하였습니다. 불평이 많았던 사람은 신나서 십자가를 고르려고 동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십자가가 없었습니다. 결국 고르고 골랐던 십자가를 들고 오는데 그것은 그동안 자신이 지고 가던 십자가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지고 갈 수 있는 만큼의 십자가를 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가볍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십자가만 무겁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지고 가는 십자가를 힘차게 지고 살 수 있는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질 수 없는 십자가는 하느님께 의탁하는 겸손함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질 수 있는 십자가와 질 수 없는 십자가를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께서는 늘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신다고 합니다.

 

오늘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영광을 질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갔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역할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겸손하였고, 달릴 길을 충실히 달린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더욱 작아져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습니다. 나는 오셔야 할 그분이 아닙니다. 나는 그분의 길을 준비하는 광야의 목소리 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겸손하였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크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을 지내면서 세례자 요한의 겸손함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충실함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합니다. 남의 떡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나에게 주어지는 사명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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