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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03 조회수1,153 추천수2 반대(0) 신고

220703. 연중 제14주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루카 10,3)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이리 떼’가 없는 곳이나 ‘이리 떼’를 제거해 준 다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낸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화로운 곳에 보내진 것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이 있는 곳에 ‘평화를 이루는 일꾼’으로서 보내졌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그곳이요, 내가 파견된 곳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이미 앞 장에서 열 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권고하셨듯이, ‘하지 말 것’과 ‘해야 할 것’을 말씀하십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도 말고,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그 어떤 안전장치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지지 말고, 오로지 주님께만 의탁하여 신뢰로 사명을 수행하라는 말씀입니다. 곧 자신의 신발이 아니라 ‘주님의 신발’을 신고 걸으며, 자기의 옷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담은 보따리가 아니라 ‘하늘나라의 보물을 담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며, 자기의 힘이 아니라 ‘말씀의 지팡이’에 의탁하고 언제나 주님의 평화를 몸에 달고 다니면서 먼저 축복의 인사를 하라 하십니다.   

 

그리고 ‘해야 할 것’은 “어떤 집에 들어가든 먼저 평화를 빌어주며, 받아들여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며, 병자를 고쳐주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든 먼저 평화를 빌어주라” 함은 빈부귀천 없이 어느 집에든지 평화를 빌어주라는 말씀이요, 인사를 받으려하지 말고 겸손하게 먼저 인사를 나누라는 말씀이요,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에서 오는 평화를 빌어주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단지 서로 만날 때 주고받는 인사가 아니라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물, 곧 하느님 나라의 구체적인 표현이며 선물을 말합니다. 그러니 제자들은 단지 평화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평화의 건설자, 평화를 이루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받아들여 차려주는 음식은 먹어라” 함은 참으로, 혁명적인 발언입니다. 곧 ‘차려주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음식물에 대한 유다적 관습에 매여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방해 받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이요, 일꾼으로서 정당한 삯을 마련해 줄 것이니 먹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병자를 고쳐주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 함은 예수님께서 메시아로 오심을 ‘선포’하고 ‘증거’ 하는 것이 소명(예언직)임을 알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역시 예수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말씀을 통해 파견의 본질과 당부 말씀을 새겨들어야 할 일입니다. 곧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 해야 할 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주님께서 하시고자 한 일’을 깨달아 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사랑하며’, ‘먼저 신뢰하고 먼저 평화를 빌며’, ‘먼저 하느님 나라와 의로움을 구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파견 받은 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행위’에 앞서 먼저 ‘존재’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파견 하신 분’을 섬기고 따르는 존재 말입니다. 먼저 자신의 정체성과 신원을 알아야, 그에 합당하게 그분이 ‘하라 하신 일’을 하고, ‘하지 말라 하신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의 두 번째 부분은 복음전파의 사명을 마치고 돌아온 일흔두 제자의 기쁨을 전해줍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기뻐하는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이는 전교활동의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도 하늘의 영광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십니다. 사실, 사탄을 번갯불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선물들은 개인적 고양이나 특권의 동기가 되기보다 공동이익을 위해 베푸시는 주님께 대한 감사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루카 10,3)   

 

주님! 이리 떼에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하소서! 허리에는 돈주머니가 아니라, 사랑의 주머니를 차게 하시고, 등에는 여행보따리가 아니라, 믿음의 보따리를 지게 하시고, 발에는 신발이 아니라, 희망을 등불로 삼고 당신께만 의탁하게 하소서! 길에서 인사하느라 서성거리지 않고, 오로지 말씀의 씨앗을 뿌리는 당신 밭의 일꾼이 되게 하시고, 당신의 뜻을 따름이 오로지 저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아멘.  

 

(이 영근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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