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12 조회수1,699 추천수6 반대(0)

수녀님들과 함께 LA로 피정을 갈 때입니다. 수녀님들이 짐을 부친다고 해서 제가 도와 드린다고 했습니다. 보통은 체크인으로 가면 직원들이 안내해 줍니다. 짐을 부치려고 하는데 직원은 없었고, 자동 체크 인 기계만 있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짐을 부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계에 인적사항을 입력하니 짐을 부칠 수 있는 표가 출력되었습니다. 표를 가방에 부착하고 짐을 놓은 곳으로 갔더니 짐을 부칠 수 있었습니다. 짐을 부치는데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우리는 클릭과 검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점차 사람과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만드는 것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분명 편하고, 쉽고, 간편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클릭과 검색의 시대에는 이웃의 눈물을 보기 어렵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보기 어렵습니다. 꽃을 찾아 날아가는 나비를 보기 어렵습니다.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는 것도 어렵습니다.

 

예전에 직업 선택의 기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최상의 선택은 의미 있는 일이며 재미도 있고, 급여도 많은 직업입니다. 차선의 선택은 급여는 조금 적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는 직업입니다. 차악의 선택은 급여는 조금 되지만 의미 없고, 재미없는 직업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급여도 적고,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직업입니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어떠해야 할까요? 신학생 때, 천마산엘 갔었습니다. 본당의 청년들과 함께 갔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의 의견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비가 곧 그칠 태니 그냥 저녁을 먹고, 텐트를 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산에서는 폭우가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분분할 때, 모두들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신학생이니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비가 조금 내릴 거라고 생각하고 머물자고 하면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되고, 밥을 먹으면 되는 선택입니다. 폭우로 변할지 모르니 일단 짐을 다 옮기자고 하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비가 금세 그치면 일만 번거롭게 한 선택이 됩니다.

 

사제가 되고 나서,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였습니다. 어떤 선택은 참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선택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대부분의 신자분들이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 하신 결정이니 믿고 따르자!’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늘 최선,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닙니다. 더러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그런 저의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 신자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큰 사명을 주십니다. 모세는 말 주변도 없고, 오랜 동안 도망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능력과 인품을 본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모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모세가 하는 모든 결정과 선택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하십니다. 이 보다 더 큰 위로와 용기는 없습니다. 이제 모세는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말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는 모든 것을 준비하시는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서 있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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