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11 조회수1,555 추천수4 반대(0)

아침미사를 마치고 제의방으로 왔는데 수녀님이 어르신 한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고백성사를 보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성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10분이 지나면서 20분이 지나면서 저는 마음이 조금 급해졌습니다. ‘죄를 이야기 해 주세요.’라는 말이 입에 머물렀지만 차마 그렇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르신은 30분이 조금 넘은 다음에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어르신은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를 하셨기에 사죄경은 드렸지만 보속까지는 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어르신 이야기를 듣고 나오면서 잠시 저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30분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술자리를 할 때는 몇 시간도 재미있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행복은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행복한 사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매일 강론을 준비하면서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에 저의 생각을 옮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키보드입니다. 키보드가 없으면 문서를 작성하기도 어렵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키보드에는 많은 자판이 있습니다. 어떤 곳은 많이 사용해서인지 반들반들 합니다. 하지만 어떤 곳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키보드 상단에 있는 ‘F'라는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의 키보드는 사용자가 있어야 기능을 합니다. 키보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입력하면 모니터에는 사랑이 깜박입니다. 미움이란 말을 입력하면 마찬가지로 미움이 모니터에 깜박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너희의 몸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나의 몸이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을 주는 곳에 있다면 나의 마음도 그곳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사랑, 용서, 희망이라는 말을 우리의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질문을 합니다. 저도 질문을 받곤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사제생활 할 만하십니까?’였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을 제목으로 서품 25주년 은경축 기념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사제생활 할 만합니까?’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는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질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질문에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몰라서 묻는 것이 있습니다. 길을 묻기도 하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묻기도 합니다. 둘째, 상대방의 실력을 묻는 것이 있습니다. 영어는 어디까지 했는지, 철학은 어디까지 배웠는지, 수학의 방정식을 묻는 것이 있습니다. 면접이나 시험이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 깨우침을 주는 물음이 있습니다. 선불교에서 고승이 묻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질문하셨습니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누가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냐?”

 

오늘 성서 말씀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자비를 베풀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과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다른 신들을 섬기곤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도록 기다려 주시고 용서를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혼인에 대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혼인은 하느님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인의 약속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키보드의 자판을 생각합니다. 다른 자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저의 손가락을 만납니다. 언젠가 단 한번 쓰여질 그 날을 위해서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로운 자판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의 모든 것, 내가 만나는 이웃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느님 앞에서는 컴퓨터의 키보드와 같은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가 저지른 모든 일을 내가 용서할 때, 네가 지난 일을 기억하고 부끄러워하며, 수치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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