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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초대장(招待狀) 김한수 토마스(종로성당 주임사제)
작성자김종업로마노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1 조회수1,304 추천수1 반대(0) 신고

          

 

 

생명의 말씀(2022년 8월 21(다해 연중 제21주일)

 

하느님의 초대장(招待狀김한수 토마스 (종로성당 주임사제)

 

하느님 자비에 관한 논의는 초기 교회가 마르키온(Marcionof Sinope, 85-160)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마르키온은 구약성경에서 묘사되는 정의와 심판의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한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과는 다르다고 여겼습니다.

전쟁에 거침이 없고질투하고심판하고분노와 죽음을 선포하는 분으로 이해되는 구약의 하느님이 죄인을 용서하고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그들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자기 목숨까지 내놓으신 신약의 하느님과 같은 분이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 논쟁은 하느님에 관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 구원 역사의 단일성옛 계약과 새 계약의 연속성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동질성에 관한 깊은 논의로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신학적으로 정리되어 종결된 논의이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여전히 묻게 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심판하시는 하느님이신가 아니면 용서하시는 하느님이신가착한 이들에게 상을 주시고악한 이들에게는 벌을 내리는 하느님이셔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을 마주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나약한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사건· 사고 앞에서 원망의 마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불행한 일들이 연속되어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내가 천벌을 받는 것인가 자책하기도 합니다.

반대로상선벌악(償善罰惡)의 하느님을 의식하는 가운데서도 평범한 일상의 비 일상성을 깨닫는 순간에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내가 비록 하느님께 죄를 짓고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때때로 악행을 범하기도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새로운 삶을 이어 갈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과 신앙 안에는 정의로운 하느님과 자비로운 하느님에 관한 이해가 섞여혼란스럽고모순되고충돌하고거부되고인정되는 다채로운 움직임이 자리 합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모든 전승 층에는 심판의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의 다스림 역시 심판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다스림 앞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는 지난 주일의 말씀과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는 오늘의 말씀 모두 심판과 단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심판과 단죄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회개입니다.

그래서 심판과 단죄는 하느님의 초대(招待)입니다

(내가 어찌 너를 내버리겠느냐내가 어찌 너를 저버리겠느냐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 호세11,8).

하느님의 심판과단죄는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가 드러나는 자리가 됩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5,20).

이렇게 히브리서의 훈육과 책망많은 이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문은 주님의 초대장이 됩니다.

경고와 질책의 주님 목소리가 여러분 모두에게 보내는 주님의 진심 어린 초대장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김한수 토마스 (종로성당 주임사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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