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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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2 조회수1,149 추천수10 반대(0)

오늘 823일은 31년 전에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 날입니다.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오래 전이지만 기억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닥에 엎드려 있을 때입니다. 선배 사제들과 교우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새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성가대는 성인들의 전구를 구하면서 성인호칭기도를 불렀습니다. 10분가량의 시간이지만 감사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을 때입니다. 선배 사제들이 교회의 전통에 따라서 새 사제들의 머리에 안수를 하였습니다. 성인호칭기도 때는 감사와 은총이었다면 선배 사제들의 안수는 공동체와 하나 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혼자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품식이 끝나고 야외에서 첫 강복을 줄 때입니다. 본당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이 먼저 무릎을 꿇고 새 사제의 안수를 청하였습니다. 사제의 직무는 나이와 상관없이 주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땀을 흘리면서 부모님과 교우 분들에게 안수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새 사제의 첫 번째 사목이 시작되었고, 31년이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신학교에서 사제의 직무를 배웠습니다. 첫 번째는 교직입니다. 복음을 가르치는 직무입니다. 교리를 가르치는 직무입니다. 복음은 강론을 통해서 선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교리는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예비자들에게 가르칩니다. 견진 성사를 통해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신자들에게 가르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숙지해야 합니다. 사순과 대림 특강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하였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것은 제가 선포하고 가르치는 것을 저는 삶으로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제사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셨고, 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사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성사를 통해서 드러내야 합니다. 첫 번째 미사를 봉헌했던 그 마음으로 정성껏 미사를 봉헌해야 합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병자성사와 고백성사를 드려야 합니다. 돌아보면 형식적으로 성사를 드렸던 적이 많습니다. 습관적으로 성사를 드렸던 적도 많았습니다. 세 번째는 예언직입니다. 사제는 시대의 징표를 잘 알아야 합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것을 공감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경청해야 합니다.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생각하니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보다는 제가 필요해서 만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31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사제생활을 위해서 예전에 신학교에서 읽었던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라는 글을 마음에 깊이 새기려고 합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기도하는 사제

힘없고 약한 자를 돌보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는 사제

검소하며, 물질에 신경을 안 쓰며, 공금에 명확한 사제

청소년과 친하게 대화하며 교리교육에 힘쓰는 사제

겸손하며,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제

웃어른에게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예의를 차리는 사제

독선을 피우지 않는 사제

교구장에게 순명하며, 동료사제들과 원만한 사제

강론을 성실히 준비하는 사제

고백성사나 성사집전을 경건하고 예절답게 하는 사제

후배 사제 양성에 마음 쓰며 생활하는 사제

죽기까지 사제 성직에 충실한 사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가 사제직에 더욱 충실 할 수 있도록, 바른 길을 가도록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잔속을 깨끗이 하여라.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를 실행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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