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4 조회수995 추천수6 반대(0)

불교에서는 죽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비의 뜻은 대나무로 만든 길쭉한 매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작은 충격에도 큰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스님들이 참선할 때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피곤해서 졸음이 올 때 죽비를 치면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잡념과 졸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죽비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참선하는 스님의 몸을 죽비로 치기도 합니다. 죽비를 맞거나, 죽비 소리를 들으면 참선하는 스님들은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참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죽비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며칠 전에 수녀님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아들에게 어머니가 축하인사를 하면서 뺨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고 합니다. 놀란 아들이 어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 사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늘 이렇게 깨어서 지내도록 하세요.” 아들은 그 의미를 알고 어머니께 그렇게 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시간에는 3가지의 차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집니다. 마치 햇살이 온 땅을 골고루 비추듯이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부자라고 해서 시간을 더 많이 얻을 수는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도 하루 24시간은 주어집니다. 두 번째는 의미의 시간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823일은 제게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서품기념일이기 때문입니다. 생일, 결혼기념일, 축일, 기일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의미 있는 날에 사람들은 선물을 주기도 하고, 피정을 가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가치의 시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물리적인 시간, 의미의 시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님들이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듯이, 가치의 시간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라고 하십니다. 하늘나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가치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가치의 시간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교리문답은 가치의 시간을 이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하느님을 믿고 알아서 구원받는 것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원리와 기초에서 보다 상세하게 가치의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는 부귀함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함보다 병약함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는 것이 가치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길이 바로 가치의 시간입니다. 진복팔단의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가치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치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던 이방인 여인, 백인대장, 하혈하는 여인은 가치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드린 베로니카는 가치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강도당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가치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시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마치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당신이 앗아가면 그들은 한바탕 꿈/ 아침에 돋아나는 풀과도 같나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리나이다./ 사람을 진흙으로 돌아가게 하시며 인간의 종락들아 먼지로 돌아가라./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나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에 의미라는 디딤돌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에 가치라는 계단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의미라는 디딤돌을 건너 천국의 계단으로 올라 갈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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