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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8 조회수1,064 추천수4 반대(0) 신고

 


220828. 연중 제22주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가을의 길목입니다. 햇살과 바람이 벌판을 휩쓸면, 벌판의 벼들이 익어갈수록 고개를 깊이 떨구어가는 계절입니다. 가을 햇살과 바람에 벼가 익어가듯, 우리가 말씀의 빛과 영의 바람으로 익어가고 익어갈수록 고개를 푹 숙이고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전례는 우리를 ‘겸손’에로 초대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말합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집회 3,18)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 가시어 때, 초대받은 이들이 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시고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8-11)
 
이 비유 속에서 초대받은 사람의 첫째 관심은 ‘윗자리’ 입니다. 그 자리가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자리이고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모으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가 섬김 받고 대우 받는 자리이고, 자신이 드러나는 자리, 곧 자신의 영광이 드러나는 자리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는 초대받은 이의 관심의 초점이 초대해준 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대한 대우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초대한 사람은 혼인잔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하건만, 정작 초대받은 사람은 혼인잔치의 기쁨보다 자신에 대한 대접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잔치에서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며, 초대해 주신 분의 호의에 감사하는 일일 것입니다.
 
사실, 혼인잔치의 기쁨(초대한 분의 기쁨)은 어느 자리에나 다 차고 넘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 있어서는 자리가 기쁨이 되고 있으니, 분명 높아지고자 하는 욕심을 채우는 것이 기쁨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높고 낮음’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초대하신 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이 문장의 종결어미는 ‘낮아지고’ 혹은 ‘높아질 것이다’라는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곧 높낮이는 자신이 정하거나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배정되는 것이며, 주어지는 것이고, 부여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겸손’이란 어느 자리를 차지하느냐?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초대하신 분 앞에 초대받은 자로서 있느냐? 하는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하느님 앞에 선 자기 실존에 대한 깨달음과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초대받은 사람들’이라 자처하는 우리가 여전히 자신이나 형제들의 자리와 역할,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형제들의 대우에 시선이 머물고 있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초대해주신 분을 중요시 여기기보다 자신을 중요시하고 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그리스도인의 첫째 미덕은 겸손이요, 둘째 미덕도 겸손이요, 셋째 미덕도 겸손’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의 겸손한 사부 성 베르나르도 똘로메이(올리베따노 연합회 창설자)께서는 <편지 1>에서 말합니다.
 
“성인들의 가르침 전부가 가르치는 것이 바로 겸손이며, 갖은 말로 설득하고 요청하는 것도 바로 겸손입니다. 우리가 들은 이 겸손에서 모든 선이 나오고, 그 반대편에서는 모든 악이 나옵니다.”
 
사실, 오늘도 우리를 초대한 이 혼인잔치에는 말씀과 성찬의 밥상이 너끈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이 밥상은 하느님이신 분이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명하시어 차려놓으신 밥상입니다. 그리고 이 밥상은 윗자리에나 맨 끝자리에나 어느 자리에나 모두 풍성합니다. 그래서 자리 밑에서 부스러기만 주어먹을 수 있어도 행복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토록 잔치에 초대받은 것만도 이미 행복입니다. 참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함께 기뻐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 큰 행복이요 기쁨입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 아버지 앞에 자신을 내놓으시어 당신의 몸으로 밥상을 차리시고 섬기시면서 아버지 앞에서 높여지셨듯이, 우리 역시 하느님 앞에 자신을 내놓아 온 몸을 낮추어 형제들의 밥이 되는 본연의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할 일입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초대받은 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초대하는 이들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베풀 때,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2-13)

초대하는 이에게도 역시 겸손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그 사랑이 먼저 가닿아야 하는 것이 당연히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곧 베푸는 것 역시 단순히 시혜를 베풀거나 기대와 계산, 혹은 자신의 필요와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겸손한 사랑이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결국,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을 베푸는 것도 겸손이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2-13)

주님!
당신 말씀의 잔치에서 사랑을 먹었으니, 당신의 향기를 뿜게 하소서.
당신 식탁의 잔치에서 사랑을 먹었으니, 당신의 생명을 건네게 하소서.
이제는 잔치를 베풀 줄 알게 하소서.
당신이 사랑하는 작은이들을 초대하여 생명의 잔치를 베풀게 하소서.
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어주는 잔치가 되게 하소서. 아멘. 

 

(이 영근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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