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가위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09 조회수1,300 추천수7 반대(0)

오늘은 한 가위입니다. 더 쉽게 다가오는 말은 추석입니다. 멀리 타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추석이면 선물을 준비해서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심부름은 주로 제가 했습니다. 고모님 댁, 외할머니 댁에 선물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이렇게 서로 나누는 것을 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 함께 가정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어머니에게 가정 미사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조상들을 위해서 연도를 바치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추석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이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멀리 타향에 있으니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추석을 지낼 수는 없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서 연도를 바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2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어머니의 기일입니다. 추석 둥근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서품기념일에 동창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것이 제게는 추석선물과 같았습니다. 강론을 대신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오랜 시간 군종사제로 있었던 동창은 지난 31년 본인의 뜻대로 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예기치 않게 군종사제가 되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20년 가까이 군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군대에 있었기에 사제생활을 더욱 충실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저의 서품성구를 나누었습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이 기쁨으로 곡식을 얻으리라.’가 저의 서품성구입니다. 지난 31년 땀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기 보다는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처럼 남에게 기대면서 열매만 얻으려고 했던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사목하는 동창은 언제나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교우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에는 인색했다고 하였습니다. 지친 몸을 의지하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다들 아쉬움과 후회를 이야기했지만 돌아보면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추석을 지내는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1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주신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내게 주신 모든 은혜는 하느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에 재화를 쌓아야 하는지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주의하십시오. 모든 탐욕을 경계하십시오. 아무리 부유하더라고 사람의 생명은 그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그러합니다.” 경주의 최부자 집 이야기는 우리가 어디에 재화를 쌓아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산은 1년에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내라. 가문에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 이웃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오늘 제2 독서는 우리가 누려야 할 천상의 영원한 안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은 이들은 행복하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여러 가지이듯이,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 앞에 나서게 될 때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사람들의 유형을 3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하느님의 뜻과 계명을 지키려고 마음은 먹지만 전혀 실행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말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욕심대로 살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주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하느님의 뜻과 계명에 따라 살겠다고 다짐을 하다가도 곧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입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마치 자갈밭에 떨어진 씨앗과 같은 사람입니다. 작심삼일인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지점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 보다 단명함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는 사람입니다. 주님을 위해서 고난과 고통을 받는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재물과 업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그것은 내가 행한 선행, 나눔, 희생, 사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 밝게 비치는 둥근 달처럼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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