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6 조회수1,127 추천수8 반대(0)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난 사람이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음악을 잘 하기도 하고, 그림을 잘 그리기도 하고, 운동을 잘 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든 사람이 있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의사, 변호사, 정치인, 사업가가 된다. 세상에는 된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등대와 같아서 지친 이들에게, 외로운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준다. 여러분은 먼저 된 사람이 되어라.” 5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선생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예전에는 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요즘은 난 사람이나 든 사람이 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명예, 권력, 재물에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 사람과 든 사람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건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선생님께서는 난 사람이기 전에, 든 사람이기 전에 먼저 된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동창 신부님들 중에는 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잘하는 친구, 노래를 잘하는 친구, 사교성이 좋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축구대회를 하면 선수로 뛰면서 멋진 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예술적인 감각과 운동신경이 별로 없던 제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동창 신부님들 중에는 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학을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교수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제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동창 신부님들 중에는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치고 힘든 친구의 짐을 기꺼이 대신 지고 가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가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듯이 동창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는 친구입니다. 소심하고, 이기적인 제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재능이 뛰어나지도 못하고, 머리가 명석하지 못한 제가 그래도 닮을 수 있는 것은 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된 사람에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난 사람에게도 떨어집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난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말씀에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삼손은 엄청난 능력이 있었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힘에 의지했던 삼손은 유혹에 넘어가서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것을 보곤 합니다. 도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곤 합니다. 율법과 계명을 잘 알았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하느님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교만과 위선을 나무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언제나 풍성하게 열매 맺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늘 칭찬하셨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황무지와 같은 마음이었을지라도 싱싱한 열매를 맺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자캐오와 같은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에게 구원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놓는 사람들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는 그분들의 땀과 눈물이 열매 맺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내 안에서 열매 맺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나의 마음이 난 사람만을 바라보기 때문은 아닐까요? 지금 나의 마음이 든 사람만을 바라보기 때문은 아닐까요? 내 마음이 된 사람을 지향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처지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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