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9 조회수1,401 추천수7 반대(0)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는가.’라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 보기에는 힘들고 어려운 것도 지나가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곤 합니다. 지금 보기에는 즐겁고 행복한 것도 지나가면 한 여름 밤의 꿈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진인사대천명하라고 하였습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2019821일에 한국에서 뉴욕으로 왔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가톨릭평화신문 미주지사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신문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입니다. 의욕을 가지고 신문을 홍보하려고 하였습니다. ‘버지니아, 워싱턴, LA, 밴쿠버로 신문 홍보를 하기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겪었던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했습니다. 미사가 중단되었고, 가게도 문을 닫았고, 신문홍보도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성당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순교자 대축일 미사도 중단되었습니다. 생각하면 힘들고 암울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쉼표를 찍은 것이지 그것이 마침표는 아니었습니다. 퀸즈 정하상 성당은 사제들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우드사이드, 롱아일랜드, 베이사이드 그리고 평화신문의 사제들은 자주 모여서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자전거를 함께 타기도 했고, 캠핑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3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제에게는 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성당의 김상균 다니엘 신부님은 건강이 좋지 못해서 부득이 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부르클린 성당에서 제게 주일 미사를 부탁했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주일미사를 도와드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문홍보를 다닐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3달만 도와드리기로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도 길어졌고, 부르클린 교구의 요청도 있어서 2년이 넘는 지금까지 주일미사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제게 부르클린 한인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사제들과의 친교와 부르클린 한인 공동체와의 만남은 제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은 곳에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시련과 고통이라는 쉼표를 찍으셨다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인내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시련과 고통 앞에 좌절하거나, 낙담하는 것은 신앙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도 신앙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축복과 은총이라는 쉼표를 찍으셨다면 겸손과 감사들 드리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과 은총을 나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라며 교만하게 지내는 것은 신앙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이웃의 시련과 고통을 외면하는 것도 신앙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참된 신앙인은 언제가 기뻐하고, 항상 감사드리며, 늘 기도해야 합니다. 3년 만에 한국순교자 대축일을 함께 봉헌하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여서 한국 순교자 대축일 미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그리고 동료 순교자들에게 시련과 고통 그리고 순교라는 쉼표를 찍으셨습니다. 100년이 넘는 박해라는 쉼표를 찍으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침표는 아니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들판에 새싹이 피어나듯이 순교자들이 흘린 피에서 신앙의 꽃이 피었습니다. 순교자들이 묻힌 곳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1984년 성 교황 요한바오로 2세께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03위를 성인품에 올렸습니다. 그때 교회를 박해했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사람들은 풀잎 끝에 맺혀있던 이슬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미주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 성당들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퀸즈 성당은 정 하상 바오로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부르클린 성당은 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비록 고난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그들이 비록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다시 살릴 것입니다.” 맞습니다. 한국순교자들은 고난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순교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 위에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순교자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한국순교자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기에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을 성인품에 올리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순교자들은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한국교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오늘 나에게 시련과 고통이라는 십자가가 있다면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고가면 좋겠습니다. 그 십자가는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에게 은총과 축복이라는 십자가가 있다면 그것 또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시련과 고통 그리고 은총과 축복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생에 쉼표를 찍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국순교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그리스도 예수와 맺어진 사랑을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도, 박해도, 위험도, 칼도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맺어진 하느님과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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