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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마태오 복음사가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20 조회수1,931 추천수9 반대(0)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키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앞 번호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1979년에 입학했으니 벌써 43년이 지났습니다. 같은 교복을 입었고, 방과 후에는 학교에 남아 농구도 하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는 격랑의 시대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였고, 신군부가 등장하였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격랑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신학교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43년이 지난 친구들의 모습을 봅니다. 형준이는 일찍 미국으로 이민 와서 우편배달부 일을 하였습니다. 찬행이는 조경에 관심이 있어서 아직도 조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식이는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자동차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달순이는 반도체와 친구가 되어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였습니다. 저는 사제가 되어서 지금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같은 과목을 배웠지만 친구들이 하는 일은 모두 달랐습니다. 이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익어가고 있습니다.

 

1982년에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교가는 이렇습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성신의 그느르심 아늑한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Veritas!" 친구들은 10년간 신학을 배우고 1991년 사제가 되었습니다. 31년 동창사제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다니던 때는 교회에 큰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1984년에는 103위 성인의 시성식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방한하셨고, 시성식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1989년에는 44차 세계성체 대회가 있었습니다. 한국교회는 10년마다 100만 명씩 신자가 늘어나는 성장의 시대였습니다. 같은 신학교를 나왔지만 동창 신부님들의 직책은 많이 달랐습니다. 본당 사제로 지내는 친구, 교구청에서 지내는 친구, 신학교에서 지내는 친구,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친구, 교포 사목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뉴욕에서 가톨릭평화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책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사제로 지내고 있으며 흐르는 시간 속에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나누어 주시는 은혜의 양에 따라, 우리는 저마다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분께서 어떤 이들은 사도로, 어떤 이들은 예언자로, 어떤 이들은 복음 선포자로, 어떤 이들은 목자나 교사로 세워 주셨습니다. 성도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도록, 그들을 준비시키시려는 것이었습니다.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하는 직분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겸손과 온유를 다하는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 참아 주는 것입니다.

 

오늘은 마태오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어둠 속에 있던 마태오는, 절망 중에 있던 마태오는, 조롱과 멸시를 받던 마태오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사랑과 자비의 주님, 용서와 온유의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마태오는 이제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주님의 말씀을 전해 주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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