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03 조회수1,315 추천수9 반대(0)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학생 때입니다. 본당 신부님께서는 방학이 되어 본당으로 돌아오면 신학생들에게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동창 신학생에게는 성당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게 하였고, 첫영성체 교리를 가르치도록 하였습니다. 제게는 주일학교 여름행사를 도와주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답사를 다녀왔고, 여름행사에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도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초등학생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땀을 흘리면서 산을 오르기도 했고, 캠프파이어를 위해서 장작을 쌓기도 했고, 텐트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저와 동창 신학생의 성격을 아셨던 본당 신부님의 배려였습니다. 저는 활동적이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본당 여름행사를 도와주도록 배려하셨습니다. 동창 신학생은 과묵하고,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차분하기 때문에 사무실 업무를 맡겨 주셨습니다. 제가 사무실 업무를 맡았다면 저는 실수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동창 신학생이 여름행사를 도와주었다면 저보다는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사제서품을 받고서 저는 주로 강북에서만 지냈습니다.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지냈습니다.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았던 본당이었습니다. 강남 본당에서 지내는 동창 신부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보좌신부를 마치고 처음으로 본당신부가 돼서 간 곳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적성 성당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의정부교구가 분할되기 전이었기에 경기도 지역의 본당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 부임해서 미사를 봉헌 할 때는 신자들이 5명 나왔습니다. 주일에도 100여명이 나왔습니다. 헌금도 300,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서울의 본당에서 사목하는 동창신부들과는 사목의 환경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있던 적성 성당에는 서울의 본당에는 없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나가면 임진강이 있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교우들은 싱싱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가져왔습니다. 양계장, 목장, 인삼밭이 있었습니다. 임진강의 매운탕도 쉽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12명의 제자들과 함께 지내셨지만 저는 그래도 100명이 넘는 신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적성 성당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했던 시간들입니다.

 

시골의 맑은 공기, 신선한 먹거리, 가족과 같은 본당 공동체는 저의 건강을 위한 삼위일체였습니다. 혈압이 있었지만 그곳에 있으면서 혈압도 정상이 되었습니다. 도시에서는 하기 힘든 일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본당에서 여름 농촌 봉사활동을 오면 기꺼이 성당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당이 넓었기 때문입니다. 전신자가 매년 가족 수련회를 다녔습니다. 그래도 버스 2대면 충분했습니다. 농산물 직거래도 했었고,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31년 사제생활 중에 가장 보람 있고, 행복했던 시간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저의 건강과 성격을 배려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보내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닙니다. 어떻게 사느냐 입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로 하느님께 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교회를 박해했었지만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고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예수님을 배반하였고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남의 떡은 단지 커 보일 뿐입니다. 마르타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불평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크고 맛있는 떡이 될 것입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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