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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11 조회수1,489 추천수8 반대(0)

며칠 전부터 이가 시리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차가운 물을 마셔도 이가 시리고, 가만히 있어도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치과엘 갔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이의 뿌리가 약했습니다. 미세하게 금이 갔습니다.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뿌리가 약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60년 동안 잘 견뎌준 이가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수고 했으니 이제 치과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문득 나의 영적인 상태를 생각합니다. 기초가 약한 곳이 아팠던 것처럼 악의 세력은 영적으로 부족한 부분으로 들어옵니다. 저의 부족함은 우유부단(優柔不斷)’함에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은 장점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은 단점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이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우유부단과 반대되는 말로는 직정경행(直情徑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정의 충동대로 전후를 생각하지 않고 솔직하게 행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이러한 성격을 받아들여서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하였습니다. 일본사람들에겐 '직정경행'은 긍정적으로 사용되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목을 베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 사고방식이 면면히 흐르다 보니 저울질도 해 보지 않고 미국과 싸움을 꺼린다는 것은 악으로 보고 하와이의 진주만()을 선전포고도 없이 비굴하게 공습해 멸망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감정에 충실한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앞과 뒤를 가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 십자가를 지신다니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감정대로 예수님께 이야기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 우유부단한 것도 고칠 필요가 있지만 감정을 있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영신수련에서 중용(Indifferentia)'을 강조하였습니다. 우유부단과 직정경행의 중간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점과 단점의 중간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용이란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건강보다 아픈 것을 택할 수도 있고, 부유한 것보다 가난한 것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르심에 응답을 주저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멀어진다.” 결정했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도 같이 기도 하도록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으셨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결국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유부단한 것이 불행의 씨앗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직정경행한 것이 불행의 씨앗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지 않고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이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우유부단할지라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직정경행할지라도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영광을 따르면 성령의 열매를 맺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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