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13 조회수994 추천수9 반대(0)

제가 속한 서울교구는 공문에 따라서 본당신부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부르클린 교구의 본당신부 임명미사에 함께하였습니다. 부르클린 교구는 서울교구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공문에 따라서 본당신부의 직무를 수행하지만 1년 정도 지나면 교구장님이나 보좌주교님이 본당에 와서 본당신부 임명미사를 주례합니다. 그 미사 중에 본당신부 임명예식을 함께합니다. 본당신부도 1년 정도 교우들과 함께 사목을 해 보고, 공동체도 본당신부와 1년 정도 함께 지내보고 큰 무리가 없으면 교구장님이나 보좌주교님이 임명미사를 통해서 본당신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본당신부에게는 교구장을 대신해서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전할 것을 당부합니다. 공동체에게는 본당신부와 함께 하느님나라를 이 땅에서 살아가도록 당부합니다. 임명미사는 본당신부에게도, 공동체에게도 한바탕 축제가 되었습니다. 분향에 대해서도 약간 다른 것을 보았습니다. 보통은 주례자가 제단에 분향을 한 후에 부제가 주교님에게 분향을 하고, 사제에게 분향을 하고, 공동체에 분향을 하였습니다. 부르클린 교구에서는 주교님이 제단에 분향을 한 후에 먼저 공동체를 향해 분향을 하고, 사제에게 분향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부제가 주교님께 분향하였습니다. 분향의 우선순위가 달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인사이동 공문이라는 형식도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러나 1년 정도 시간을 주고 공동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내용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분향이라는 형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분향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내용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독특한 도장문화가 있습니다. 직책에 따라서 정해진 형식의 칸에 도장을 찍습니다. 이런 문화가 철저하고,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형식은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 대처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결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직책에 따라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 할 수 있습니다. 관습과 형식은 우리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습과 형식에 매몰되면 참된 의미와 가치를 망각하는 굴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을 축복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습니다. 보통은 먼저 축복예절을 하고 식사를 하게 됩니다. 집에 도착하니 먼저 온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것도 있지만 약간 당황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바꾸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을 축복하는 내용이지 식사라는 형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이 한 참 지나서 배가 고프니 먼저 식사할 수도 있습니다. 집 축복을 마치고 함께 식사를 맛있게 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예수님께서 비난하셨던 바리사이의 허위와 위선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잔치에서는 윗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섬기기보다는 섬김을 받는 것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형식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형식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먼저 보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민족, 그분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주님은 하늘에서 굽어보시며, 모든 사람을 살펴보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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