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16 조회수955 추천수9 반대(0)

1982년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장 즐겨 입는 옷의 색깔은 검정색이 되었습니다. 양복도 검정색, 넥타이도 검정색, 그리고 수단과 성직자 복장인 클러지 셔츠도 검정색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다른 색을 특별히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정색 옷을 40년 입고 다니니 이것이 편하게 된 것입니다. 사제복을 입으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감독관이 신자였습니다. 제게 강복을 청했고,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웃으면서 대하니 긴장도 풀리고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식사 할 때도 사제복을 입은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식사비용을 대신 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민국에 가서 서류를 낼 때도 사제복을 입고 가면 직원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검정색이 저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제복이 검정색이기 때문에, 제가 사제이기 때문에 그런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류시화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행복을 좇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갈구한다는 것은 지금 내면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행복을 발견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얻는 행복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공허감만 더할 뿐입니다. 술을 마셔서 행복할 것 같지만 깨고 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떤 충동에 이끌린다면 자기 안에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것에 사랑을 기울일 것입니다. 물을 찾는다면 갈증이 있는 것입니다. 마른 입술은 물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끝내 물을 얻지 못하면 영혼의 탈수증으로 고통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은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 하나 됨이 없는 한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마녀는 인어 공주에게 없는 두 다리를 줄 테니 아름다운 목소리를 달라고 유혹합니다. 목소리를 내준 인어공주는 남들처럼 걸을 수 있게 되어 사회적 위치를 얻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녀의 정체성이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는 잃어버립니다.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디 쉬라지는 한 아랍 상인의 일화를 전합니다. 그 상인이 한번은 사막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먹을 음식이 한 조각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절망 속에서 낙타 등에 실린 짐들을 샅샅이 뒤졌으며, 마침내 곡식 낟알로 느껴지는 것이 가득 든 자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기쁨과 환희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실망과 절망 또한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자루를 열자, 그 안에는 값비싼 보석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타는 목마름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금은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갈증을 덜어주는 한 모금의 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채워지는 것들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자가 창고를 새로 지어서 곡식과 재물을 채우려 하지만 그것은 부자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자존감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지녀야 할 자존감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그 믿음을 선행을 통해서 이웃들에게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이미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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