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19 조회수862 추천수7 반대(0)

예전에는 손 편지를 많이 썼습니다. 편지의 머리글이 유난히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신학생 때 봉사활동을 가서 만났던 학생입니다. 신학교에 있을 때도 가끔 편지를 보내주었고, 군대에 있을 때에도 위문편지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정갈한 글씨의 편지를 읽을 때면 군 생활의 어려움이 봄에 눈이 녹듯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언제나 첫 문장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이라는 말로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머리글입니다. 지금은 손 편지를 쓸 필요가 거의 없지만 가끔은 정성어린 손 편지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수도자가 되어서 사랑하는 마음을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전하는 수녀님이 늘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고인이 되신 어머니께서 제게 당부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라고 하였습니다. 어른들에게 공손하라고 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부족한 것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영성지도를 받았던 신학생들이 찾아 올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3가지 덕담을 해 주곤 했습니다. 늘 건강하기를 기원해 주었습니다. 언제나 기쁘게 살기를 기원해 주었습니다.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기원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분명 아플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다 지나 가는 것이니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지내기를 바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의 교우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늘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사말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안다면,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 한다면 이 세상의 시련과 고통을 겨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우는 진나라를 치기 위해 직접 출병하고, 그 군대가 막 장하를 건넜을 때입니다. 항우는 갑자기 타고 왔던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라고 명령을 내리고, 뒤이어 싣고 온 솥마저도 깨뜨려 버리고 주위의 집들도 모두 불태워버리도록 했습니다. 이제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었으므로,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이 말은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을 구하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파부침주와 사즉생 생즉사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면 가정도, 이웃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도, 친구도, 이웃도 갈라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하신 말씀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갈라서는 사람들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체면 때문에 장애인인 자녀를,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른 척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욕망과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단체들이 있고, 세례를 받은 신앙 공동체이지만 때로 분열과 갈등이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뜻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이 새롭게 부임하는 본당에서는 적어도 6개월은 그냥 지켜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6개월만 지켜보면 자신의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재물, 명예, 욕심이 앞서면 가족이라 해도, 친구라 해도, 이웃이라 해도 갈라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면 아무리 성격이 달라도, 오랜 갈등이 있었다 해도, 원한과 미움이 가득했다 해도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 가가 중요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머물려고 모든 것을 해로운 쓰레기로 여기노라.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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