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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27 조회수962 추천수9 반대(0)

동창 신부님 중에 두 명의 시몬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제가 가지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명은 매사에 신중합니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는 것을 넘어서 돌다리를 직접 씹어보는 정도의 신중함입니다. 신학교에서 영성지도 사제로 있을 때입니다. 각 학년 별로 읽어야 할 신심서적을 분류하였고, 목록을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작업입니다. 동창 신부는 묵묵히 그 일을 하였고 저에게도 보내 주었습니다. 30일 피정과 8일 피정의 자료를 꼼꼼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제가 자료를 부탁하니 묻지도 않고 손때가 묻은 소중한 피정 자료를 보내 주었습니다. 저는 덕분에 지난여름 북미주 파견 수도자 피정을 큰 부담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 성무일도를 하면서 저의 축일을 기억하겠다고 문자를 보내 주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강점을 가진 동창입니다.

 

다른 한 명은 추진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동창 신부님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전임 신부들이 하던 대로, 물이 흘러가듯이 임기를 보낼 수 있지만 설문 조사를 하였고, 직원들이 바라는 것들과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하였습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시행하였고, 할 수 없는 것들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설득하였습니다. 마음이 닫혀있던 직원들은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듯이, 사목에 대한 열정은 죽비가 되어 저의 지친 마음을 깨워 주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뜻하지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물러설 때와 앞으로 나갈 때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혜안도 있었습니다. 전임 신부님이 쓰던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저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강점을 가진 동창입니다.

 

저는 타대오 신부님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1991823일에 사제가 되었고, 첫 본당에서 본당 신부님으로 만났던 분의 세례명이 타대오입니다. 이민 오면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야채가게를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야채가게에서 일 할 수 있고, 세탁소를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세탁소에서 일 할 수 있고, 식당을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식당에서 일 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마중 나온 사람의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저는 첫 본당에서 만났던 본당 신부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신부님은 자유로운 분이셨고, 해야 할 일을 즐기시는 분이었습니다. 율법과 계명이 사제의 삶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의 삶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사제생활을 자유롭게 시작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자유는 기도라는 밭에서 피는 꽃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셨고, 사제관에도 기도 방이 있었습니다. 제 방에 있는 기도 초는 1년이 넘어도 그대로 인데, 신부님 방에 있는 기도 초는 쉬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주변에 있는 분, 나와 함께 일하는 분, 나의 가족들의 강점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시몬과 타대오 사도의 축일입니다. 축일을 맞이하는 동창 신부님들과 제게 사제생활의 기쁨을 보여 주셨던 신부님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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