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29 조회수795 추천수8 반대(0)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저는 10월이면 생각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19791026일입니다. 그날 한국의 대통령이 서거하였습니다. 저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장충동에서 신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의 80년대를 열었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위한 갈망이 있었고, 총과 칼로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386’세대가 되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였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민주와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했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희생했던 이들의 땀과 눈물이 있어야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입니다. 가을의 정취에 잘 어울리는 노래였습니다. 1982년에 발표된 노래입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10월이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80년대는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갈망도 있었지만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갈망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문화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로 성장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자캐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캐오의 직업은 세리였습니다. 세리는 같은 동족인 유대인에게는 죄인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경제적으로는 풍족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키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하였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 위를 걸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풍랑을 잠재웠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였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해 주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죽었던 소녀도 다시 살려 주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죄인이라고 불리던 세리와 창녀와 함께 한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자캐오는 갈망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집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갈망입니다. 안정된 직업과 재물로는 채울 수 없는 갈망입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입니다. 그래서 나무에도 올라갔고,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하였습니다.

 

한국의 자유와 민주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이들의 고단한 발걸음이 있었습니다. 희생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풍족하게 살았던 부자는 아브라함의 품에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어둠의 세상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자캐오는 재물을 땅에다 쌓았던 부자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부자도 죽었지만 하느님의 품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주님! 저는 제가 가진 것의 반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내어 놓겠습니다. 제가 빚진 것이 있으면 4배로 되갚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은 구원받았다.” 자캐오가 구원을 받은 것은 예수님께서 자캐오의 집에서 하루를 머물렀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매일 미사를 통해서 주님을 우리의 마음에 모시기 때문입니다. 자캐오가 구원을 받은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성서공부를 하고, 매일 주님의 말씀을 듣기 때문입니다. 자캐오가 구원을 받은 것은 자신의 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도 연말이 되면 이웃을 위해서 가진 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기 때문입니다.

 

자캐오가 구원을 받은 것은 주님을 만나고 싶다는 갈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와 같은 갈망이 바로 기도입니다. 구원은 갈망이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구원은 갈망을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자캐오의 갈망은 주님의 말씀으로 자라나고, 굳어졌습니다. 자캐오의 갈망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눔으로써 열매를 맺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날 때가 언제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의 삶에 충실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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