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성인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31 조회수1,290 추천수10 반대(0)

우리 속담에 뚝배기 보다 장맛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뚝배기는 음식을 담는 그릇입니다. 보온효과가 있어서 음식을 담으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함을 유지하는 우리의 독특한 그릇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뚝배기가 좋아도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은 우리의 전통 발효 음식인 간장, 고추장, 된장의 맛입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장독대를 만들어서 에 손을 타지 않도록 했습니다. 장독대는 어머니들이 가족을 위해서, 특히 먼 길에 나가 있는 가족을 위해서, 군대 간 자식을 위해서 기도하는 지성소이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냉면 집을 보면 냉면의 맛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냉면을 담아내는 육수입니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육수는 냉면의 맛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그래서 유명한 냉면 집은 고유한 육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가끔 국을 끓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주방 자매님이 정성껏 만들어 놓은 육수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요리에 서툰 제가 만든 국도 제법 먹을 만 합니다.

 

대한민국은 어느덧 선진국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문화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삶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의료시설, 음식문화, 예술, 문학, 건축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오랜 만에 한국에 다녀온 분들도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의 시대를 지내면서도 한국의 의료체계와 시민의식은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이라는 이 활짝 피기 까지는 발효의 과정을 거쳐서 이 되듯이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온 몸으로 겪어냈던 분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와 가족들을 위해서 버스차장을 하였던 누나들이 있습니다. 가발공장에서 일하던 누나들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기름범벅이 되면서 일하던 형들이 있습니다. 베트남에 가서 일하고 싸웠던 군인도 있습니다. 독일까지 가서 일하던 간호사와 광부들이 있습니다. 멀리 중동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일하던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정치인, 경제인들이 뚝배기라면 눈에 보이지 않던 그분들이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80년대부터 10년에 100만 명씩 신자가 들어나는 성장을 하였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의 수도 증가하였습니다. 신학교도 7개가 되었습니다. 예비자 교리에 등록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성지도 개발하였고, 많은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당 신설도 늘어났습니다. 저는 82년에 신학교에 입학하였고, 91년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성장을 저의 눈으로 보았고, 사목의 현장에서 체험하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뚝배기라면, 우리의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라면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그 뚝배기를 채웠던 장과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어두운 땅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와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는 103위의 성인과 124위의 복자를 모시고 있는 자랑스러운 교회입니다. 우리는 만 명 이상의 순교자가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교회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뚝배기가 아닌 장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의 역사에 드러나는 성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숭고한 삶과 희생 그리고 순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면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던 지도자 모세가 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았던 베드로 사도가 있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났고, 초대교회의 신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던 바오로 사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분들만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이웃을 사랑한 분들이 있어서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본당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있습니다. 신앙의 향기를 전해주는 수도자가 있습니다. 본당에는 지체를 이루는 봉사단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당은 그런 건물과 조직, 봉사자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일찍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는 분들이 있기에, 주보를 나누어 주면서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있기에, 나눔과 희생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분들이 있기에 본당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이 나의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몸의 세포들이 늘 새롭게 태어나듯이, 우리의 생각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두려움, 좌절, 원망, 미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으로 내 생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뚝배기보다는 구수한 맛을 내는 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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