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위령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01 조회수1,124 추천수8 반대(0)

1997년 폴란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강물이 범람하면서 도시가 물에 잠기는 홍수가 예측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강에 쌓아 놓은 둑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범람하는 물의 피해를 줄이고 도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둑 근처에 살던 주민들이 이 사실을 방송을 통해서 미리 알았습니다. 책임을 모면하려는 장관이 언론에 사실을 흘렸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수 없다며 둑으로 오는 공무원들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서 둑 위에 모래주머니를 높이 쌓았습니다. 결국 둑을 여는 일은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도시는 물에 잠기는 커다란 피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둑에 쌓았던 모래주머니로는 범람하는 물을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둑을 열지 않았지만 둑은 범람하는 물에 의해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만약에 전문가의 말을 듣고 둑을 열었다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물에 잠겼겠지만 도시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정부의 약속대로 피해보상을 받고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결정이 최선인 것 같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먼저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명한 바벨탑이야기입니다. 바벨탑은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욕망의 탑이었습니다. 바벨탑은 남보다 높아지려는 교만의 탑이었습니다. 바벨탑은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우상의 탑이었습니다. 바벨탑은 이웃의 희생으로 쌓아올리는 욕심의 탑이었습니다. 바벨탑은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어리석음의 탑이었습니다. 줄을 세워야 하는 바벨탑은 앞에 있는 사람은 끌어내리고, 뒤에 있는 사람은 밀쳐버리는 경쟁의 탑이었습니다. 그런 바벨탑으로는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바벨탑을 무너트리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탑을 세우셨습니다.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고 가셨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순명의 탑입니다. 십자가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기꺼이 섬기는 겸손의 탑입니다. 십자가는 강도당한 사람을 기꺼이 치료해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탑입니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대와 화합의 탑입니다. 십자가는 모세가 구리뱀을 세워서 뱀에 물린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듯이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부활의 탑입니다.

 

서산대사는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이라는 시를 남겨주었습니다. “눈 덮인 길을 걸어갈 때면 발걸음을 신중히 하여라. 오늘 내가 가는 길은 뒷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지내면서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어떤 분들은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부활의 십자가를 지고서 살았을 것입니다. 욕망의 바벨탑에 묻혀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한 영혼들의 전구를 구하며 우리들 또한 부활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위령의 달입니다. 지나온 나의 발걸음이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려는 것이었다면 내려와서 부활의 십자가를 지고 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나온 나의 발걸음이 뒷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지내면서 위령 감사송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