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1 조회수719 추천수4 반대(0)

어려서부터 같은 본당에서 지내온 동창 신부님은 신중하고,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는 편입니다. 31년 사제생활을 하면서 여러 부서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고사하였습니다. 그런 동창 신부님이 이번에는 고사하지 못하고 교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신중한 성격이기에 많이 고심했을 것입니다. 저는 가톨릭평화신문의 기사와 평화방송의 인터뷰를 보고 동창 신부님이 맡아야 하는 일을 알았습니다. 공식직책은 꾸라토르(Curator)'입니다. 교구 내 사제들의 영적 돌봄이나 고충 상담 등을 하는 직책입니다. ‘사제를 위한 사제라고도 합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이고,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직책이기에 교구 사제들을 위한 영적인 쉼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휴양 중에 있는 사제, 해외에서 선교하는 사제, 갈등과 아픔이 있는 사제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꾸라토르라는 자리가 사제들이 지친 몸을 잠시 쉬고 힘을 낼 수 있는 곳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창 신부님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기쁜 마음으로 지고 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동창 신부님처럼 과묵하거나 신중한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한다면 가능하면 함께하는 편입니다. 2002년 봄입니다. 교구 사목국에서 국장신부님이 제가 있는 본당으로 찾아왔습니다. 교육담당 신부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신학생들의 30일 피정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학교에서도 영성지도 신부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신학교에서 영성지도 신부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본당신부로 바쁘게 지내면서 기도할 시간이 적었는데 신학교로 가면 신학생들과 함께 지내니 기도할 시간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신학교에는 방학이 있으니 방학 때는 여유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교육담당 신부는 생소했습니다. 강의를 해 본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농촌에서 지내다가 복잡한 명동에서 지내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교구청에서 지내야 하니 주교님들과 국장 신부님들을 자주 만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사목국에서 저를 더 원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위에서 교통정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2002년 가을 교구 인사이동으로 사목국 교육담당 신부가 되었습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비가 제갈 공명의 집으로 3번을 찾아갔다는 말입니다. 신중했던 제갈 공명은 유비의 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유비는 제갈 공명이라는 든든한 책사를 만나서 삼국지의 한 축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국지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일 유비가 자존심을 생각하고, 체면을 생각해서 제갈 공명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유비를 몰랐을 것입니다. 삼국지의 웅장하고, 멋진 이야기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삼국지는 어쩌면 유비의 간절함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삼고초려가 아니라 삼십고초려라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불의한 재판관에게 청하는 가난한 과부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가난한 과부가 재판관을 자주 찾아가니 재판관은 가난한 과부의 청을 들어 주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청을 들어 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