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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2 조회수713 추천수6 반대(0)

어릴 적의 기억입니다. 자주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우리 집을 마련할 때까지 9번 이사를 갔습니다. 주인집이 있고 작은 공간에 세를 들어 살았습니다. 세를 들어 살면 알게 모르게 주인집의 눈치를 보기 마련입니다. 장독대로 있고, 등나무도 있고, 다락방도 있고, 작은 마당도 있던 새 집으로 이사 갔을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형들이 쓰던 가방, 옷도 물려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서 참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쌀가게, 연탄가게, 마트, 밥장사를 하였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충실히 지키며 살았습니다.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정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가난해서 굶주리고, 가난해서 병들고, 가난해서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서 제대로 입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그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도록 권고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도와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부자가 자신만을 위해서 재물을 창고에 쌓아놓지만 그렇게 해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자가 아브라함의 품에서 편히 쉴 수 없었던 것은 집 앞에 머물던 가난한 라자로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지금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도와주는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최후의 심판 날에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배고팠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고, 내가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묻습니다. 언제 저희가 그렇게 했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가장 배고프고, 가장 목마르고, 가장 헐벗은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가난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발적인 가난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독신, 순명, 청빈을 서약합니다. 부유함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열정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부유함 때문에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부유함 때문에 갈등과 분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유해진 나라들의 교회는 비어가고 있습니다. 부유해진 나라들의 성소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는 그들의 부유함을 채우기 위해서 식민지를 만들었습니다. 식민지의 역사는 약탈과 침략의 역사입니다. 교회는 권력을 가지고 부를 축적했을 때 분열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발적인 가난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인 가난입니다. 흙수저로 태어나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가난입니다. 궁핍한 지역에서 태어나서 굶주리는 가난입니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태어나서 기회는 박탈당하고 있는 것 마저 빼앗기는 가난입니다. 국제사회는 구조적인 가난 때문에 굶주리고, 병들고, 배우지 못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 연대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선교사를 파견하여 병원, 학교, 보육원을 만들었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구합니다. 우리들 또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자발적인 가난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조적인 가난에 내몰린 사람들과 연대하며 그들을 도우면 좋겠습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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