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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3 조회수1,027 추천수6 반대(0)

아이티에서 선교하는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생생한 현장감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왜 나만이었습니다. 매일 50여명의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끝도 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힘들고 어렵다고 합니다. 새로운 입소자를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기쁜 마음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이번에는 망설여졌다고 합니다. 아이티의 치안이 워낙 불안하고, 몇 달 전에는 강도를 만나서 죽을 뻔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환자를 데리러 갈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면허가 없고, 그렇다고 수녀님들이 갈 수도 없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차를 몰고 비포장도로를 5시간 달려서 환자를 데려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하던 환자는 차를 타면서 아기처럼 잠이 들었고, 도착해서는 성가를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아이티에서 전쟁과 같은 선교를 하는 신부님의 왜 나만이라는 말은 불평과 불만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나만이라고 말하는 신부님을 특별히 사랑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부님에게 천국에 쌓을 보화를 미리 마련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삶으로 실천하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강의를 듣는 중에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삶은 고통이 가득했습니다. 어려서 소아마비가 왔고, 평생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그녀가 탄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그녀는 다리, 허리, 갈비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30번 이상의 수술을 해야 했고, 평생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왜 나만이라는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생생한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모두 멕시코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 르부르 박물관에도 소장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억압과 탄압에 맞서는 혁명가였으며, 낡은 관습과 제도를 벗어나는 자유인이었으며, 고통 앞에 굴복하기보다는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열정의 여인이었습니다. 작품의 삼분의 일이 그녀의 자화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애정이 있었고, 자신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녀의 열정과 저항정신은 그녀가 살아있을 때에도 멕시코 인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멕시코 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살면서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시험을 볼 땐 꼭 자신이 공부하지 않고 지나친 곳에서만 문제가 출제 됩니다. 물건이 없어져 한참을 찾다가 결국 같은 물건을 사고 나면 찾게 됩니다. 기계가 고장 나서 기술자를 부르면 갑자기 잘됩니다. 세차하면 비가 옵니다. 예전에 엠피쓰리를 잃어버린 줄 알고 새것을 샀는데 나중에 가방에 들어있던 엠피쓰리를 발견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소경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경은 왜 나만이라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가 들어날 수 있기를 청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소경은 즉시 다시 보게 되었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네가 한 일과 너의 노고와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너는 인내심이 있어서, 내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저항과 열정, 인내와 신념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처음에 지녔던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회개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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