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4 조회수749 추천수7 반대(0)

예전에는 겨울이 가까워지면 월동준비를 했습니다. 긴 겨울 식탁에 올라올 김장을 하였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따라 시장엘 간 적이 있습니다. 리어카에 싫은 배추를 뒤에서 밀기도 했습니다. 김장은 어머니 혼자서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사시는 아주머니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김장을 하면서 수육을 삶아 배추에 속을 넣어서 먹었습니다.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도 김장을 하였습니다. 구역장님들이 모여서 긴 겨울에 먹을 김장을 하였습니다. 저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수육을 삶자고 했고, 김장을 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형제님들은 성당 뒤뜰에 구덩이를 파고 구역장님들이 만든 김장을 묻었습니다. 이 김치는 만두의 재료가 되기도 했고, 구수한 김치찌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월동준비는 계절의 변화가 있기에 필요했습니다. 삭막한 겨울을 지내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입니다. 마당의 창고에는 겨울에 쓸 연탄을 쟁여 놓았습니다. 연탄이 가득한 창고를 보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우리는 굳이 월동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들은 마트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탄 대신에 가스가 집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자연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누가 우리를 숨 쉬게 해주는지도 모르는 바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공부하고 대단한 학위를 받아도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배울 수 없다면 헛된 지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월동준비를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신랑을 기다리는 10처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월동준비를 잘 했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월동준비를 못했던 어리석은 처녀들은 신랑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최후의 심판을 이야기하는 비유에서도 월동준비를 잘 했던 사람들은 하느님의 영광에 함께 한다고 하셨습니다. 월동준비를 못했던 사람들은 심판을 받고 정화의 과정을 지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위령성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기도가 세상을 떠난 영혼들에게 위로가 됨을 믿습니다. 언젠가 우리들 또한 세상을 떠날 것을 생각하며 월동준비를 잘 할 것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옮겨감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티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죽음은 살아 있던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내가 울면 거울 속의 나도 웁니다. 내가 찡그리면 거울 속의 나도 찡그립니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나도 웃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내 삶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월동준비를 잘 했다면 죽음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천국으로 안내 할 것입니다. 월동준비를 적당히 했다면 죽음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연옥으로 안내 할 것입니다. 월동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죽음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지옥으로 안내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기위한 여정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월동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나무 위로 올라갔던 자캐오는 월동준비를 잘 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에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빚진 것은 4곱절로 갚는 것이 자캐오의 월동준비였습니다. 그리고 구원자로부터 구원받았습니다. 우리들 또한 주님께 대한 갈망으로 월동준비를 잘 하면 좋겠습니다. “깨어 있어라. 아직 남아 있지만 죽어 가는 것들을 튼튼하게 만들어라.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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