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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5 조회수428 추천수3 반대(0) 신고

221115. 연중 제33주간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루카 19,6) 

오늘 <복음>은 자캐오 이야기로,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이 이야기는 하느님이 인간을 찾아나서는 거대한 역사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앞 장면>(1-4절)이 자캐오가 예수님을 찾는 이야기라면, <뒤 장면>(5-10절)은 예수님이 자캐오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앞 장면>에서, 자캐오는 ‘키 작은 세관장이고 부자’였지만 동포의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 했고, 매국노의 혐오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키가 작다’는 말은 그가 외면적으로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처럼 초라했고 ‘작은 자’였다는 것을 암시해 줍니다. 그래서 깊은 자괴심과 열등감으로 황폐해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수님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고, 예수님을 보려고 앞질러 달려가 무화과나무 위에까지 올라갔습니다.
 
<뒤 장면>에서 자캐오는 ‘아브라함의 자손’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 ‘사람의 아들’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무화과나무 위에 걸린 죄인 세리 자캐오와 나무 아래 있는 예수님 사이에서 드러납니다. 마치 그것은 십자가 아래 있던 백인대장의 고백처럼,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참 이상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아셨는지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마치 이곳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 이를 알고 부르듯이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곳이 당신께서 자캐오를 불러내신 약속 장소였습니다.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는 장소요, 자캐오가 누구인지를 구원을 얻는 장소요,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는 장소였습니다. 그 장소로 부르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의 이름을 알고 계시고, 그의 아픈 마음도 이미 다 헤아려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당신이 그를 약속 장소로 이끄시고, 당신이 그 약속장소로 찾아오셨습니다. 마치, “내가 당신을 찾았다면, 그것은 당신께서 저를 먼저 찾으셨기 때문입니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10)
 
그렇습니다. 이제 나무 위에서 얼른 내려와야 합니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 사람이 하늘로 올라갈 필요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무 위에 달리셨던 그분이 먼저 땅으로 내려오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캐오는 ‘일어서서’(부활하여!) 말합니다.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횡령한 것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루카 19,8) 하고 고백하고,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19)고 선언됩니다.
 
이 ‘자캐오 이야기’는 예수님의 구원사건이 자동적이거나 법칙적인 것이 아니라, 실존적이고 창조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하면, ‘율법에 대한 순명으로 자동적이고 법칙적으로 구원이 온다.’는 당시의 신학을 뛰어넘어, 자캐오와 같이 실존의 변화라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서, 구원은 비로소 역동적으로 체험되고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오늘, 이러한 역동적인 실존의 변화를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곧 “얼른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루카 19,5)
 
주님!
당신은 저를 훤히 아십니다.
교만과 탐욕의 나무 위에 올라 허영과 가식으로 몸을 가리고
죄 속에 웅크리고 있는 저를 훤히 아십니다.
그릇된 저의 모든 행실을 아시고, 손가락질 당하고 배척받는 아픔도 아시고
죄인인 채로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이 가련함도 훤히 아십니다.
바득바득 기어 올라간 교만과 허영에서
얼른 내려와 당신 발아래 엎드리게 하소서.
당신 사랑 앞에 부복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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