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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20 조회수922 추천수7 반대(0)

불교에서는 인드라망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법이 하나하나 별개의 구슬같이 아름다운 소질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그 하나는 다른 것들과 떨어져 전혀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것 모두와 저 구슬들처럼 그 빛을 주고받으며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기적 세계관, 연기법의 진리를 화엄경에서는 인드라망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망의 비유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두가 보석같이 참으로 귀한 존재이며 그 각각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는 구조 속에서 더불어 존재함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직선으로 보는 서양의 인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순환으로 보는 동양의 인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입니다.

 

이런 비슷한 생각을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인 시애틀이 미국의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애틀은 땅을 팔라고 하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반짝이는 개울물과 강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의 피와도 같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는 우리 조상의 목소리이다. 강은 우리 형제이며 우리 목을 축여 준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 자매이고, 사슴과 말과 큰 독수리는 우리 형제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나? 우리는 땅의 일부분이며, 땅은 우리의 일부분이다." 결국 미국의 대통령은 땅을 샀지만 원주민 추장의 숭고한 뜻을 받아들여서 도시의 이름을 시애틀로 정하였다고 합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드라망처럼 우리의 만남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하곤 합니다. 제가 아는 분은 미국에 와서 서로 만났고 사랑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랑과 신부의 부친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의 할아버지들도 서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들과 아버지들의 우정이 두 사람을 결혼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인 성당으로 지난봄에 사순특강을 갔습니다. 신부님은 6월에 제가 있는 뉴욕으로 잠시 여행을 왔습니다. 이렇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부님 본당의 사목위원이 저와 함께 일하는 주방 자매님의 아들이었습니다. 신부님이 뉴욕으로 오면 주방 자매님은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제가 노스캐롤라이나엘 가면 주방 자매님의 아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맞습니다. “착한 일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행하고, 악한 일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행하지 말라.”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예수님께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는 인드라망의 세계를 알고 계셨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시애틀의 마음을 알고 계셨습니다. 우리가 인드라망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 시애틀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전쟁, 폭력, 증오, 분노, 원망, 불평, 불만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것들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겸손, 나눔, 친절, 온유, 절제, 사랑, 희망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것들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철학, 문학, 종교, 신앙은 바로 우리를 인드라망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아메리카 원주민 시애틀의 마음처럼 살라는 것은 아닐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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