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21 조회수1,313 추천수14 반대(0)

묘지를 산소라고도 불렀습니다. 산소는 말 그대로 산에 모신 무덤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죽은 분들을 산에 묻기도 했지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죽은 이들을 묻어왔습니다. 어릴 때입니다. 선산엘 간 적이 있습니다. 산 위 양지 바른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덤이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하기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밑에서만 인사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선산이 따로 없는 사람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공동묘지에 묻히기도 합니다. 묘지는 목적에 따라서 이름이 정해지기도 합니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해서 조성된 묘지는 국립묘지입니다. 민주화를 위해서 희생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조성된 묘지도 있습니다. ‘5.18 민주묘지가 있습니다. 성당에서 묘지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모시는 성당묘지가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용인에 있는 성직자 묘지에 묻힐 것입니다. 요즘은 매장보다는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추모관에 모시기도 합니다.

 

위령성월 감사송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죽음의 이유도 다양합니다. 죽은 나이도 다릅니다. 그래서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세상을 떠나는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합니다. 신앙인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새로운 거처가 마련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고통과 수난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굴욕과 모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억울한 죽음, 때 이른 죽음, 박해로 인한 순교자들을 위로하시고 천상에서 영원한 안식을 마련하신다는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그런 안타까운 죽음마저도 주님께 기꺼이 봉헌합니다.

 

인류의 역사에도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었습니다. 강력한 힘과 조직을 가졌던 나라, 어둠을 밝히는 철학과 사상을 가졌던 나라, 고도의 문화와 문명을 자랑했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흥망성쇠로 인한 단절이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어달리기입니다. 눈에 보이는 나라는 사라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사상은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은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황금률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바라는 걸 남에게 해 주라는 겁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건,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런 삶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우리도 역사의 이어달리기에 함께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행복은 희망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행운은 용기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선배신부님께서 인생은 흑자라는 강론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순간을 살아도 우리 인생은 흑자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다시 생각합니다. 걱정과 근심, 두려움과 절망은 모두 날려버리고, 희망의 날개를 달아서 주님께로 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