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24 조회수842 추천수8 반대(0)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처럼 늘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당에 굳은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 위한 밥과 반찬을 척척 만들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나간 성당에서 주보를 정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피정이나 교육이 있으면 제일 먼저 신청하고 맨 앞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를 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적당이 일하고 쉬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어리석어 보이기도 할 겁니다. 세상의 좋은 것들을 먼저 찾아다니는 그래서 가끔은 주일 미사에도 빠지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사람으로 보일 겁니다. 자기 이름이 드러나는 곳에는 생색을 내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봉사하고, 나누는 사람들도 가끔은 놀러가고 싶고, 쉬고 싶고, 대접받고 싶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사목을 하지만 제가 쉬고 싶을 때는 쉬고, 휴가가고 싶을 때는 휴가가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꼭 해야 할 일도 미룰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순교자들도 세상에서 기쁘고 즐겁게 지내고 싶었을 겁니다. 다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순교를 선택했습니다. 봉사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접받고 싶었을 겁니다. 다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봉사를 선택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순교한 이들, 봉사하는 이들, 가진 것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주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 정신의 놀라운 능력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다섯 가지 특징을 지닌 존재라고 합니다.

첫째, 인간은 욕망을 지닌 존재이지만, 그 욕망은 절제되어야 합니다.

둘째, 인간은 모순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모순된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것도 인간이고, 남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것도 인간이고, 자신의 욕심 때문에 타인을 죽이는 것도 인간입니다.

셋째, 인간은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선과 악 사이에 있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넷째,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 영원을 생각하는 초월적 존재입니다. 명상과 묵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존재입니다.

다섯째, 그래서 인간은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나그네가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듯이, 인간은 삶의 여정을 통해서 죽음이라는 문을 넘어서야 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전달기계가 아니고, 인간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시편 8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천사보다는 못하게 만들어졌어도 하느님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입니다.’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고, 선과 악 사이에 있으며 중간자입니다. 또한 인간은 천성을 따르는 존재입니다. 천성을 따르는 사람은 인성을 갖는 것이고, 이 인성을 잘 닦는 것이 입니다. 이 도를 알아 과는 과정은 라고 말을 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기체가 아니라, 하늘의 뜻을 따라서 도를 공부하는 성품을 지닌 존재입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증언과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목이 잘린 이들의 영혼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살아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천 년 동안 다스렸습니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