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25 조회수699 추천수6 반대(0)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내일부터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으며,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4주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4주전입니다.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드리며, 주님 앞에, 이웃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겸손하게 뉘우치면서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10월에 대한민국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있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을 예상했지만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할로윈 축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예상했고, 경찰들이 질서유지를 했다고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시와 구청 그리고 경찰은 그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못 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도 별 일없이 끝났으니 이번에도 별 일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백조가 호수 위를 우아하게 떠 있는 것은 물 밑에서 힘차게 노를 젓는 오리 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중이 모이는 축제가 안전하게 마무리 될 수 있는 것 또한 질서 유지를 위해서 활동하는 안전요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후의 약방문일 수 있지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있는 사람들은 안전대책을 숙지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봉화의 아연 광산의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광부 2사람이 매몰되었지만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캄캄한 갱도에서 9일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20년 경력의 노련한 광부의 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습기가 많은 갱도에서 위험한 것은 저체온증이라고 합니다. 광부는 입사한지 5일 된 신임광부와 비닐을 모아서 작은 천막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막 안에서 지내면서 저체온증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주변에 있는 나무를 모아서 불을 피웠다고 합니다. 습기를 먹은 나무른 산소 용접기를 사용해서 불을 피웠다고 합니다. 늘 가지고 다니던 커피포트의 플라스틱 부분을 떼어내고 물을 끓였다고 합니다. 일하면서 먹는 커피믹스는 허기를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연광산은 통풍이 잘 되었고 호흡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합니다. 주변의 물건들을 적극 활용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캄캄한 갱도에서 9일을 버틸 수 있었고 마침내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적성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본당에 25인승 버스가 있었습니다.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대형버스 면허가 있어야 했습니다. 본당 교우 두 분과 함께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교우분들은 합격을 했고, 저는 시간 초과로 불합격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전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아버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노력할 만큼 했으니 이제 운전면허 시험은 그만두고, 합격하신 분들이 버스 운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버님은 제가 불합격 한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저는 차량 봉사자들을 위해서 주일 아침이면 커피를 준비해드렸고,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대신에 저는 9인승 승합차를 운전하였고, 동네의 약수터에서 물을 떠오곤 했습니다. 신발은 발의 크기에 맞추어야 하듯이, 제게는 9인승이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스키를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강사는 스키를 잘 타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넘어지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몸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억지로 스키를 타려고 하지 말고 넘어지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넘어진 다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면 스키를 재미있고 안전하게 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강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잘 넘어지고 곧 일어날 수 있으면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재물, 권력, 명예, 성공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 부자청년, 대사제, 빌라도는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오히려 예수님을 박해하였습니다. 그러나 몸을 팔았던 여인도, 눈이 멀었던 소경도, 나병환자도, 하혈하던 여인도, 중풍병자도, 듣지 못하던 사람도 예수님을 만나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죄인으로 불렸지만 예수님을 만났고, 그들은 살아서 참된 행복을 느꼈고, 영원한 삶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진다면 그곳이 바로 가시방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