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10 조회수812 추천수8 반대(0)

산보를 하면서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머리, 허리, 다리는 우리의 몸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앞의 말은 다른데 끝에 말은 모두 로 같습니다. 앞의 말은 우리 몸의 특정 부위를 뜻하는 것 같고 뒤의 말은 그냥 붙이는 접미사 같습니다. 비슷한 말로 예수님, 선생님, 임금님, 사장님의 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달란트와 미나의 비유에서 접미사를 사용하셨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도 10, 20, 100배의 열매를 맺는다며 접미사를 사용하셨습니다. 사제는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접미사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앙 또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접미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의 비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으면 열매를 맺지만, 가지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마르고 버려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이라는 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가 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고, 우산이 없는데 비까지 내리는 경우에 을씨년스럽다.’라고 합니다. 문득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구글에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19051117!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을사늑약이 강압적으로 체결됐던 날입니다. 당시 온 나라가 비통함과 울분으로 가득 찼었다고 합니다. 그날은 날씨도 흐리고 추웠다고 합니다.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됐습니다. 그 말이 변형되어서 1957년 국어사전에 을씨년스럽다.’라고 표기했다고 합니다. 한국교회에도 을씨년스러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입니다. 70년에 걸쳐서 4번의 큰 박해가 있었고 만 명 이상이 순교하였습니다. 살아남은 신자들은 깊은 산골로 들어가서 교우촌을 이루며 살았고 교회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것처럼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찾았습니다. 순교자들이 묻힌 무덤은 신앙을 증거했던 성지가 되었습니다. 서울에는 절두산, 새남터, 서소문, 삼성산 성지가 있습니다. 경기도에는 미리내 성지가 있습니다. 충청도에는 해미, 갈매못, 줄무덤 성지가 있습니다. 전라도에는 치명자산 성지가 있습니다. 강원도에는 베론 성지가 있습니다. 경상도에는 한티성지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성지가 있습니다. 우리 신앙선조들이 목숨을 바쳤던 곳에, 우리 신앙선조들이 신앙을 지켜온 곳들이 성지가 되어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신앙의 못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84년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여의도에서 103위 성인의 시성식을 집전하였습니다. 30년 후인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광화문에서 124위의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렸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의 여파로 교회에도 을씨년스러운 날들이 있었지만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교회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림 제 3주일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절망 중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주님께서 해방시키신 이들만 그리로 돌아오리라. 주님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나, 악인의 길은 꺾어 버리시네.” 을씨년스러운 날들은 지나가고 광명의 날들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보내서 예수님께 묻습니다. ‘주님께서 을씨년스러운 날을 광명의 날로 바꾸시는 바로 그분이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복음이 이사야 예언자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 복음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우리의 삶에도 을씨년스러운 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건강하던 몸이 아프기도 하고, 잘 나가던 사업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했던 말들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내 마음에 시기와 질투의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이웃의 비난과 비판이 도를 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2 독서에서 야고보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립니다. 여러분도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주님의 재림이 가까웠습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항상 기도한다면, 언제나 기뻐한다면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이웃의 슬픔을 같이 슬퍼할 수 있다면 을씨년스러운 날들은 지나가고 광명의 날들이 찾아 올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