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11 조회수740 추천수9 반대(0)

거꾸로 읽은 세계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계사는 권력을 중심으로 구성되곤 합니다. 그래서 왕조를 중심으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곤 합니다. 종교가 들어온 년도, 전쟁이 일어난 년도를 배우기도 합니다. 세계사는 승자들의 관점에서 기록되곤 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봅니다. 가난한 민중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사건들의 진실을 전하기도 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입장에서 신대륙의 발견을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바라보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갔던 새로운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은 텔레비전을 거꾸로 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막을 읽기도 어렵고,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거꾸로 보는 것이 익숙하다고 합니다. 바지를 입을 때도 오른쪽 다리부터 넣지 않고 왼쪽 다리부터 넣는다고 합니다. 대학의 조직표도 거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총장이 맨 아래에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총장은 맨 아래에서 마치 장작에 불을 붙이듯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서 불쏘시개가 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거꾸로 바라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교회는 피라미드와 같은 조직이었습니다. 평신도, 수도자, 사제, 주교는 피라미드처럼 맨 아래에 평신도가 있었고, 중간에 성직자와 수도자가 있었고, 맨 위에 주교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주교를 통해서, 성직자와 수도자를 통해서 평신도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000년 동안 당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교회의 언어는 라틴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전례는 라틴어로 진행되었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다스리는 존재이고, 세상의 것들이 교회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교회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단죄하였고, 다른 종교와 화합하거나 일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기존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창문을 활짝 열도록 하였습니다. 교회는 위계제도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교회는 조직이기 전에 성사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전례의 언어는 라틴어가 아닌 자국의 언어로 바꾸었습니다. 교회는 항상 쇄신 되어야 한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권한은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예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자신들의 권한과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권한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힘이었습니다. 권한은 사람들을 다스리는 힘이었습니다. 권한은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는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권한이 없는 예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권한은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에게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권한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고 하면 세례자 요한의 권한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권한이 사람에게서 왔다면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권한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한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섬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겸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권한은 십자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권한은 어떤 권한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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