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13 조회수799 추천수8 반대(0)

신학생 때입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청소는 알아서, 스스로 했습니다. 학년별로 맡아 청소하는 구역도 있었습니다. 낙산 오솔길, 테니스 장, 운동장, 학교 정문, 식당, 체육관, 빨래방, 교수관 등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아침 식사 후 동료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가끔씩 생활지도 신부님들께서 청소상태 점검을 하였습니다. 학년별로 맡은 구역도 하지만, 개인 방을 점검하기도 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의 점검은 청소상태만 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규정에 위배되는 물건은 없는지도 보았습니다. 신학생의 품위에 어긋나는 것들은 없는지도 보았습니다. 신부님들의 점검이 있을 때면 알아서 버릴 것들은 버리고, 감출 것들은 감추기도 하였습니다. 4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군대에서도 내무반 별로 청소하는 구역이 있었습니다. 내무반은 물론 각자의 관물대도 청소해야 했습니다. 신학교보다 점검하는 방식이 엄격했지만 방식은 비슷했습니다. 군대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들은 알아서 감추거나 치웠습니다. 이런 점검이 부담이 되었지만, 이런 점검을 통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료 신부님 중에 한 분은 별명이 보물선 선장이었습니다. 신부님 방에는 물건이 많았습니다. 신부님이 쇼핑을 하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하고,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도 있습니다. 바쁘기도 하지만, 정리하는 습관이 익숙하지 않아서 가끔씩 신부님의 방을 가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밭에 보물들이 묻혀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동료 신부님들이 보물을 찾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신부님은 기꺼이 신부님들의 방문을 환영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은 각자 필요한 물건을 찾아냈고, 보물선 선장 신부님은 대부분은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부님은 방 정리를 하였고, 다른 신부님들은 각자가 원하는 보물을 찾았습니다. 저는 신부님처럼 보물선의 선장은 아니지만 가끔씩 서랍과 사무실의 수납장을 정리하곤 합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을 버리기도 하고, 필요가 없어진 서류들을 정리하기도 하였습니다. 가끔씩 보면 동네에서도 창고 정리하는 광고를 봅니다. 예전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싼값에 이웃들에게 파는 행사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들의 마음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 불안, 시기, 질투, 분노, 원망은 가끔씩 정리해서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어오면 온유, 인내, 친절, 나눔, 희생과 같은 것들은 자리를 빼앗기기 마련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보내면서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마치 신학생들이 생활지도 신부님께 저희가 청소를 잘 했는지요?’ 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요한은 군중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세리들에게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군인들에게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이는 없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크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복음을 사는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우리들 마음의 밭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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