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22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21 조회수926 추천수6 반대(0)

관행(慣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도, 더러 잘못된 점이 있어도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니 그냥 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병환자, 소경, 앉은뱅이, 귀머거리, 중풍병자, 세리, 창녀, 이방인은 그렇게 태어났으니 불평하지 말고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어서 그리 된 것이라고 체념하고 살라고 합니다. 천동설은 당연한 관행이었습니다. 아침에 태양이 뜨는 것을 보고, 저녁이면 태양이 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태양은 지구보다 훨씬 작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관행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 관행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단죄를 받았습니다. 관행은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재물을 가진 사람에게는, 명예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관행은 가난한 이에게는, 아픈 이에게는, 이방인에게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드는 족쇄였습니다.

 

관습(慣習)’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제게 관습이라는 말이 강하게 다가왔을 때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를 옮기는 문제가 쟁점이 된 적이 있습니다. 행정수도를 옮기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었고, 행정수도를 옮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리고 판결의 주된 이유는 관습헌법이었습니다. 서울이 행정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이라고 하였고, 헌법에 그리 되어있으니 옮길 수 없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수도권에 전 국민의 50%가 넘게 살고 있습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시설이 수도권에 몰려있으니 사람들은 당연히 수도권으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교회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교구를 분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적었던 농촌시대와 중세시대에는 합리적인 분할입니다. 그러나 교통이 발전하고, 사람의 이동이 빈번한 현대사회에서는 속지주의라는 관습은 교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본기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죽음에 떨어진 인간을 굽어 살피시고 저희를 구원하시려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 주셨으니 저희가 구세주의 강생을 경축하며 마침내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죽음에 떨어지는 것이 인간의 운명입니다. 그것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 생명에게 주어지는 관행입니다. 관습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관행과 관습을 버리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죽음이라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영원한 생명에로 나갈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관행, 관습, 율법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서 위선과 가식을 일삼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를 비난하셨습니다. 관행과 관습의 성전을 허물어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새로운 성전을 세우겠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관행과 관습을 버리고 성령과 함께 하는 삶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을 보여 주셨습니다.

 

관행과 관습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새로운 계명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준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그러나 관행과 관습이 나의 기득권을 지키는 보호막이라면, 그러한 관행과 관습이 가난한 이들에게, 아픈 이들에게, 이방인에게 족쇄가 된다면 기꺼이 버려야 합니다. 엘리사벳을 만난 마리아는 그래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마리아의 순명으로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시는 성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는 관행과 관습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따를 수 있다면 매일의 삶이 성탄입니다.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이방인들에게 족쇄가 되는 관행과 관습을 버릴 수 있다면 매일의 삶이 성탄입니다. “주님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며, 저승으로 내리기도 저승에서 올리기도 하신다. 주님은 가난하게도 가멸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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