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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28 조회수387 추천수3 반대(0) 신고

221228.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2,14)
 

오늘 기념하는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의 축일”은 무죄한 이들의 고통의 신비를 드러내줍니다. 이 ‘죄 없는 아기들이 학살당한 일’은 겉으로는 헤로데의 잔인한 학살을 드러내지만, 실상은 메시아가 태어났음을 알려줍니다. 곧 그들의 죽음은 구유에서 태어난 아기가 메시아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메시아가 나타나심에 대한 지상의 왕의 두려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헤로데의 죄 없는 아기 학살을 두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레미아의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라마에서 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 2,18)
 
이는 예레미야가 아들을 잃은 야곱의 아내 라헬의 통곡을 들어 예언한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마리아를 신약의 ‘새로운 라헬’이라 칭합니다. 곧 라헬이 일생동안 고통을 겪고 죽음의 고통을 통해 아들을 낳았다면, 마리아 역시 “영혼이 칼에 꿰질리는”(루카 2,35) 십자가의 고통을 겪음으셨던 ‘고통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또 라헬이 <예레미아서>에서 ‘이스라엘의 어머니’(예레 31,15)라 칭해지듯이, 마리아는 <요한묵시록>에서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켜 메시아 어머니의 “후손들”(묵시 12,17;12,1-6 참조)이라 칭하기에 전체 ‘교회의 어머니’라 칭해집니다. 그리고 라헬이 하느님 앞에서 지상의 자녀들을 위해 슬퍼하며 울음으로 전구했듯이, 마리아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가장 유력한 ‘기도의 전구자’가 되십니다.
 
또한, 우리는 ‘무죄한 어린이의 희생’을 들으면서 앞서 있었던 모세가 히브인들을 억압하면서 저질렀던 어린 사내아기들을 살해한 사건을 기억합니다. 사실, 파라오와 헤로데, 그들은 모두 자신을 지키고자 빛을 두려워한 이들입니다. 우리 안에도 이러한 완고함과 자기중심적인 폭력과 독선과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지 않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자신의 왕국의 지키기 위해 사랑의 왕국을 저버리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오늘 말씀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이유를 확고하고 분명하게 밝힙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2,14)
 
이는 하느님께서 베푸는 구원의 역사는 그 어떤 어둠에도 방해에도 아랑 곳 없이 반드시 이루지리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그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자신의 아기 때문에 다른 죄 없는 아기들이 살육당한 소식을 들었을 때, 아기 예수님의 어머니 마음은 어떠했을까? 살인자 아닌 살인자가 되어버린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분명, 죽어가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보다 어머니들의 “애끊는 통곡소리”가 훨씬 더 컷을 것입니다. 아기들의 슬픔은 한 순간이었고 그들의 죽음은 슬픔의 끝이었겠지만, 아기를 잃은 어머니들의 슬픔은 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고 그 죽은 아기 어머니들의 아픔을 마리아는 통째로 짊어지셔야만 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자신의 아기가 희생되어 다른 아기들을 살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토록, 그녀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은 차라리 죽는 것보다도 더 큰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죄 없는 아기들의 죽음에 모든 책임을 떠맡아 고통을 받아야 했던 마리아는 또다시 아무런 죄도 없는 당신 아드님 예수님의 죽음을 떠맡아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토록, 죄 없으면서도 타인의 허물을 뒤집어써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가 봅니다. 아기 예수님도 훗날 타인의 허물을 뒤집어쓰고 가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혹 ‘무죄하면서도 억울함을 당할 때’가 있다면, 바로 그 일을 순교로 삼아야 할 일입니다.
 
주님!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때, 부당한 고통을 당할 때,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울 때,
그 슬픔을 넘어 구속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소리.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 2,18)
 
주님!
자신의 아기 때문에 다른 아기들이 살육당할 때,
어머니 마음은 미어지셨을 것입니다.
차라리 자신의 아기를 희생시켜 다른 아기들을 살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토록,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길은
죽는 것보다도 더 큰 아픔을 짊어지는 일인가 봅니다.
그러니 저희도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때, 부당한 고통을 당할 때,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울 때,

어머니 마리아처럼 슬픔을 넘어 구속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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