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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31 조회수389 추천수2 반대(0) 신고

221231.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오늘은 “성탄 8부 내 7일”이며, 2022년을 마감하는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다보며, 오늘을 가져다 준 지난날들에 감사드려야 할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그분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결코 보낼 수 없었던 한해를 보냈습니다.

오늘,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는 ‘마지막 날’에 대한 말씀을, <복음>을 통해서는 ‘한 처음의 날’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한 처음’의 놀라운 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여기서, “사람”은 직역하면 ‘살을 취하였다’는 것으로 약함 안으로 들어온 것을 말하고, “사셨다”는 것은 ‘천막을 치고 우리와 함께 거주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이 오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어 오셨고, 사람이 되시어 오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사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하느님의 아들이 참으로 인간의 본성을 취하여 사람이 되셨다’는 믿음과 ‘그분이 우리 가운데 천막을 치고 함께 거주하고 사신다.’는 믿음은 초기교회 때부터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이자 핵심교리가 되었습니다. 이를 사도 바오로가 인용한 초대교회의 찬미가에서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7)

이는 단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하느님 되게 하신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사시면서 하신 일인 것입니다. 이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곧 엄청난 사랑을 말해줍니다. 교부들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까닭은 인간이 하느님 되기 위함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두 개의 변모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변모와 인간이 하느님이 되는 변모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신을 ‘비우는’ 일이 있고, 그와 ‘같아지는’ 일이 있고, ‘하나 되는’ 일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본받는’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심도 깊은 신비적 차원을 일이 벌어집니다. 곧 베드로가 표현한대로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2베드 2,4) 되는 일이 있고, 바오로가 표현한대로 “그분의 형상을 지니고”(1코린 15,49), “그리스도를 입고”(로마 13,14;갈라 3,27;콜로 3,10), “같은 모습이 되는”(로마 8,29)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타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고 내어주어, 그로 하여금 당신께서 누리는 가장 귀하고 좋은 것을 함께 누리게 해 주는 것입니다. 곧 사랑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타자가 자신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리를 그에게 내어주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자신이 그의 자리로 들어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어주는 것은 곧 들어가는 일이 됩니다. 곧 자신을 내어주고 나아가 상대에게 들어가기에, 동시에 자신의 그 빈자리에 그를 받아들이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를 취하고 상대를 받아들여 상대와 같아지고, 비로소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교회 전통에서 전해져 오는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오직 같아지는 것만이 구원할 수 있다”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비우는’ 행위의 종착지는 ‘같아지는’ 것이요, ‘하나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것은 또 다시 당신에게로의 변형을 가져옵니다. 곧 이러한 변화는 변화 자체에 머물지 않습니다. 또 다른 차원의 변화로 끌고 갑니다. 그것은 당신이 오시어, 우리와 같이 사시는 까닭입니다. 우리 가운데서 우리와 ‘같아짐’을 통해 사랑이신 당신은 우리와 같아질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와 자리를 바꾸는 지점까지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곧 인간을 하느님이 되게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옛 교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본질 자체로 하느님이시고, 우리는 은총으로 하느님이 됩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옛 교부들은 이를 “놀라운 교환”(admirabile commercium)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하느님이 되는” 유일한 길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바로 그 길뿐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도 이와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곧 자기를 온전히 비우고 그저 자기 자신의 ‘아무 것도 아님’ 안에 머물면, 하느님께서 그 안에 들어와 ‘전부’가 되실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4)

주님!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제 발길이 당신을 향하여 있는지,
제 마음에는 당신의 평화가 들어와 있는지를 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서는 이미 제 안에 생명의 빛을 불어넣으셨으니
이제는 죽음의 어둠에 물들지 않게 하소서.
제가 당신 생명으로 새로워지고,
세상에 당신의 생명을 드러내게 하소서.
온 세상이 생명의 빛으로 차오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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