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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연과 필연 (신 은근 신부님 )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4 조회수489 추천수6 반대(0) 신고

 

⚚ 우연과 필연 

    

  신은근 신부 

     (콜로라도 덴버 본당)

 

 

대학에서 수영과 

다이빙을 가르치는 코치가 있었다.

어느날 밤늦게 풀장으로 갔다. 

잠이 오지 않아 수영이나 하자며...

 

전등은 켜지 않았다. 

풀장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장도 유리였기에 

굳이 불을 켤 이유도 없었다. 

달빛이 풀장에 가득했다. 

다이빙하려 발판에 올라섰다.

 

두 팔을 벌리자 달빛에 

비친 몸이 십자가 모습이었다. 

순간 그는 팔을 벌린 채 바라봤다.

이상하게 뛰어 내리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림자 십자가를 보는 순간 

예수님 십자가가 떠올랐다고 했다. 

한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았지만 

수없이 보아왔던 십자가였다. 

 

한참을 다이빙 발판에 서 있던 

그는 가만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풀장 바닥까지 갔는데 

물이 없었다. 

관리인이 물을 빼놓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차가운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 

그냥 다이빙 했더라면 

목이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했을듯.. 

 

풀장에 비친 십자가가 

사고를 막아줬던 것이다.

 

우연은 없다. 

우연인 듯해도 모두 필연이다.

누군가 그를 위해 희생했을 것이다. 

누군가 그를 위해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하늘의 

힘이 함께 했을 것이다.

 

지나치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또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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