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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7 조회수680 추천수8 반대(0)

제가 태어난 60년대에 주변에서 자주 듣던 말이 있습니다. “잘 살아 보세”라는 말입니다. 노래로도 들었습니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노래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문화, 예술, 스포츠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될 겁니다.”라는 말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갑니다. “너 때문이야, 나는 안 돼, 그럴 줄 알았어, 우린 할 수 없어.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는 말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가톨릭교회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운동이 있습니다. “내 탓이요.”운동입니다. 책임을 전가하고,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는 고백의 기도에 나오는 “내 탓이요.”라는 말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차에도 부치고 다녔습니다. ‘내 탓이요.’라는 말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였습니다. 불신과 비난 보다는 이해와 용서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1984년에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03위의 시성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신학과 3학년이었습니다. 저는 행사 진행 요원으로 봉사하였습니다. 성인이 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시성식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103위 시성식을 상징하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이 땅에 빛을’이었습니다. 1784년이 시작된 한국 가톨릭교회는 100년이 넘게 박해를 받았고, 10,000명이 넘는 순교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03위의 성인이 시성되었습니다. 성인들은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은 이 땅에 빛이 되었습니다. 1989년에 제44차 세계 성체대회가 한국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신학과 5학년이었습니다. 저는 괌에서 온 순례자들을 안내하는 봉사를 하였습니다. 당시 성체대회를 상징하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입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성체대회의 참된 의미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였습니다.

2014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교구 성소국장이었습니다. 저는 교황방한 준비 위원회 영성신심분과에서 봉사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시복식을 상징하는 표어를 정하면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말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에서 “일어나 비추어라”라는 말이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03위 시성식의 표어가 “이 땅에 빛을”이었기에 “일어나 비추어라”는 124위 시복식의 표어로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복식의 표어는 “일어나 비추어라.”로 확정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3가지 사명을 주셨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 병자를 고쳐 주는 것, 마귀를 쫓아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어나 비추어야 할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원자이심을 이웃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나는 안 돼”라는 열등감의 마귀를 쫓아내야 합니다. “다음에 하지”라는 게으름의 마귀를 쫓아내야 합니다. “남들도 그러는데”라는 비겁함의 마귀를 쫓아내야 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동방박사들이 하늘의 별을 보고서 예수 그리스도께 경배하러 온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멀리 동방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아보았는데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헤로데 왕도, 율법학자도, 바리사이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믿음의 별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별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별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욕망의 별을 보았습니다. 교만의 별을 보았습니다. 거짓의 별을 보았습니다. 그런 별들은 결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주님의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무엇인지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별을 보고 있다면 우리들 또한 동방박사들처럼 예수 그리스도께 경배드릴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황금, 유향, 몰약을 예수님께 선물로 준비했듯이 우리들 또한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공현 대축일을 상징하는 표어는 무엇이면 좋을까요? 오늘 바오로 사도는 “공동상속자”라는 표어를 이야기하였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것은 혈연이나, 능력, 학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하고,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야 참된 상속자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당과 교회는 성탄을 맞으면서 트리를 만들고 그 위에 예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시의 밤에 많은 십자가가 붉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불을 밝히는 것, 희망의 빛을 비추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주님을 경배하는 참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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