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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대화를 푸는 만능 열쇠, "괜찮아?"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9 조회수286 추천수1 반대(0) 신고

모든 대화를 푸는 만능 열쇠, "괜찮아?"

- 윤경재 요셉

 

 

요즘들어 A씨는 남편과 큰 딸이 자주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별 생각없이 딸을 야단치거나 훈계하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자 딸이 아빠의 말과 행동에 잘못 된 점을 지적하고 말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딸아이의 반응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아빠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여자의 기분을 몰라주기 때문에 쌓여왔던 불만이 서서히 표출되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A씨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남편과 딸 둘이 말다툼을 할 때면 점차 그 자리를 피하게 되고 모르는 체 외면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남편도 딸도 공연히 자신에게 화풀이를 해왔다. 두 사람 모두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편은 집에서 자기만 외톨이가 되어 간다고 느끼는지 점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피하며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는데 자기도 갱년기가 온 것은 아닌지 하면서 변하는 가족 갈등의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보려 노력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자기 지인이 불현듯 가족과 떨어져 여행을 떠난 심정을 이해하겠노라는 말까지 한다.

 

딸의 말도 같은 여자로서 수긍이 되었지만, "너가 이해 좀 하지. 왜 그랬어?"하고 말을 꺼내니 "엄마는 내 기분을 하나도 모른다."며 화를 내었다. 심지어 방에서 나가라며 소리치고 방문을 걸어 잠구었다.

 

A씨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문의해왔다.

 

부부나 자녀와의 대화에서 가장 방해가 돠는 자세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대화란 사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그냥 즐겁자고 또는 자기 의견은 이러저러 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가족 관계에서는 자기가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기 쉽다. 말하는 태도라든지 대화를 이끄는 방법 등등 타인과의 대화에서는 그냥 넘어갈 사항도 일일이 지적하게 된다. 지적을 당해서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되면 아예 입을 다물고 마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A씨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우선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질 때 유머나 화제를 돌리는 방법을 써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타임을 놓쳤을 땐 방관자나 심판관의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걱정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어 상황이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 그 자리에서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게 좋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먼저 딸에게 찾아가야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러곤 "괜찮아?"하고 묻기만 하고 잠시 답을 기다려주기는 게 좋다. 더 이상의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내 기분이나 생각을 딸에게 하소연해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 딸에게 지적질하는 셈이다. 즉, 대화의 주제가 딸의 심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딸이 대답하지 않으면 비로소 "네 생각은 어때?"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럼에도 딸이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여기서는 물러서면 안 된다. 화를 내지 말고 "네 생각을 알아야 나도 협조하지 않겠냐?"며 적극적으로 자기자신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여유를 찾게 된다.

 

그러면 딸은 자신의 주장을 늘어 놓거나, 또는 지나쳤던 감정을 뉘우치며 점차 평정심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때 엄마는 아무말 없이 "그랬구나."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으로 무언가 아쉬움이 들면 "너만 그런 게 아냐. 그래도 너는 잘 대처하고 있어. 대견하고 존경스럽다."라는 말로 칭찬해 주어 마무리 짓는 게 좋다.

 

결코 자기 기분이나 입장을 설득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입장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에게는 시간을 두고 접근하는 게 좋다. 그는 무척 외로워 졌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외로움을 정리할 공간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남편에게 할 첫 말은 "힘들지?"그리고 "괜찮아?"이면 된다. 더 이상의 군말이 필요 없다. 어떤 잘못 된 점을 굳이 지적해서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남편이 어떤 말을 하면 그냥 "그랬구나"하고 동조해주면 된다.

나이 들어 갈수록 부부에 문제가 악화하는 것은 장단점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이 이런 지작을 해도 그냥 받아들일 거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시행착오를 했었던가?. 내가 불만족스러워 하는 점을 아무리 지적하고 부탁해보아도 그 문제를 고친 적이 있었던가? 아마 지적할수록 엇나가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공감한다는 표현을 자주 그리고 진하게 해야 한다.

 

충고하고, 해석하고, 탐색하며, 판단하는 말투는 아예 없애야 한다. 해결책이 아니다. 하수의 방법일뿐이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대화를 이끌어 가는 최적의 만능 열쇠는 "괜찮아?", "그랬구나."이다. 이에 반해 최악의 말은 "왜, 그랬어?"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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