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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섬집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10 조회수296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섬집

                           이순의

 

 

 

시골집 창문에

달빛께서 손님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가로등 불빛이 

밤내내

어두운 촌집의 방안을 비추느라

졸고있는 것입니다

 

저 빛이 달빛이라면

길가는 달님을 따라

 

창문 무늬도

짧아졌다 길어지고

또 밝아졌다가  희미해지기를

 

초승 무늬 어둡고

보름 무늬 짙은

이야기들 나눌텐데

 

가로등 보초병이 고단한 졸음으로

창문에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래도

한숨자고 깨어

소피보러 가는 변소길에

벗이 되어

좋습니다

 

변소에만 산다는

빨간 손  귀신도

저녁내내 보초서는

저 훤한 가로등 불빛에

 

싸워서 졌나봅니다

 

골목의 몽달 귀신도

쫒겨가고 없나봅니다

 

두엄자리 빚자루 귀신은

두엄이 없어서

집 없는 

나그네 되어 

떠났나봅니다

 

소피 쏟고오는 

꼭두의 새벽 변소길에

뒤통수에 서늘한 무서움이없는 걸보니

 

귀신들은

다 

떠나가고

 

성실한 가로등이

저녁내내

골목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이집 저집

잘지키고 있다고

창마다

밤마다 

똑같은 그림으로 

표시를 하고 있나봅니다

 

신안 섬 집에 와서

적어봅니다

 

2019년11월27일

새벽 두시쯤에

어린시절에 무섭던

변소길을 추억하며

이순의가 썼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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