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25 조회수748 추천수9 반대(0)

요즘은 제대 봉사자들이 많아서 제의 방에서 사제들의 제의를 펴고, 세탁하는 것을 봉사자들이 주로 합니다. 제가 본당 신부로 있을 때는 봉사자들이 저의 제의 방 구두를 깨끗하게 해 주었고, 강론 원고는 정리해서 서류철에 보관해 주었습니다. 제대와 제구를 청소하고, 제의 방을 관리하는 봉사자들에게 늘 감사했습니다. 제대 봉사자들과 피정도 가고, 소풍을 가기도 했습니다. 제대 봉사자들이 없던 때는 그 일을 주로 수녀님들이 하였습니다. 첫 서원을 한 수녀님들이 제대 방의 소임을 맡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수녀님들은 제대 방의 소임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미사를 마치면 대부분 제의를 정성껏 벗어서 놓지만 바쁠 때는 대충 벗을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제의를 정리하는 수녀님이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내가 제의나 정리하려고 수도자가 된 것은 아닌데스쳐가는 말로 들었지만 한편으로 미안했습니다. 그 뒤로는 가능하면 제의를 잘 벗어서 놓았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잔치에 초대 받으면 윗자리에 앉을 때가 많았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면 신자들이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줄을 서서 식사를 할 때도 맨 앞에서 음식을 골랐습니다. 여행을 갈 때도 독방을 사용하였고,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대접 받는 일에 익숙했던 저도 부끄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교구 사목국에서 일할 때입니다. 안면도로 지역 대표 총구역장님들과 단합대회를 갔습니다. 저는 미사도구를 챙겨서 갔습니다. 저녁에 잠자리를 정하면서 방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총구역장님들은 그래도 신부님은 독방을 드리자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말고 저도 같이 자겠다고 했습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면서 총구역장님들이 불편하게 지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명동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동안 제가 참 편하게 지냈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비난하셨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행동을 저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이스라엘 순례 중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의 방을 담당하는 수사님을 보았습니다. 미사는 부활성당, 무덤성당, 십자가 성당에서 있었습니다. 요셉 마리아 수사님은 30분 단위로 시작되는 미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제의 방에 제의를 준비하였고, 미사도구를 준비하였고, 언어별로 미사경본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는 미사가 취소된 시간에 무덤성당에서 미사를 봉헌 할 수 있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경배를 갔기 때문에 수사님도 우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수사님은 신부님들이 대충 벗어놓은 제의도 정성껏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수사님의 배려와 정성 덕분에 순례를 온 많은 순례단들이 차질 없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꽃이 피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주로 봅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꽃들은 어두운 땅 속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에게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선한 눈빛으로 정성껏 미사를 준비해주던 수사님도 참 좋은 몫을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셉 마리아 수사님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관우와 함께 전쟁터를 달리던 적토마도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였습니다. 마부와 함께 시골에서 짐을 나르던 이름 없던 말도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였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입성했던 나귀도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교만한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원망과 불평의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중용 23편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작은 일에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삶의 성공은 물질을 많이 남기는 것도, 출세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의 일에 기쁨으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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