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31 조회수807 추천수10 반대(0)

뉴욕에는 국내선을 주로 운항하는 라과디아(LGA) 공항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차량으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공항입니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상영하는 대표적인 뮤지컬의 홍보물을 볼 수 있습니다. “알라딘, 라이언 킹, 위처드, 팬텀오브 오페라입니다. 직원들과 함께 보기도 했고,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후배 신부님과 팬텀오브 오페라를 보았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강열한 음악이 관객을 압도하는 뮤지컬입니다. 처음 본 것은 2006년 토론토였고, 그 다음은 2010년 서울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20231월에 뉴욕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외모 때문에 뛰어난 실력이 있음에도 무시당하고, 외면당했던 에릭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에릭으로부터 노래를 배우는 크리스틴입니다. 뮤지컬 초반에 에릭과 크리스틴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압권입니다. 뮤지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크리스틴의 따뜻한 마음을 에릭이 받아들이면서 끝이 납니다.

 

이번 뮤지컬을 보면서 저 자신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자 주인공 역은 주로 백인이 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는 여자 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흑인 배우가 하였습니다. 노래도 연기도 무척 잘 하였는데 처음에 제가 받은 느낌은 능력보다는 배우의 피부색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에 몰두 할 수 있었고, 주인공의 연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살고 있지만 불과 2세기 전만 해도 세상은 엄격한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였습니다. 능력과 재능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신분과 계급을 타고 나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습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있고, 종교에 대한 차별이 있고, 피부색에 대한 차별도 있습니다. 신앙은 직분과 직책은 존중하지만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소중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일과 모래는 서울대교 부제, 사제 서품식이 있습니다. 멀리 있지만 부제와 새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32년 사제생활을 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셨고, 교우 분들을 저를 이해해 주셨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성사를 정성껏 집전하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기도를 소홀히 한 적도 많았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제게 필요한 사람을 만난 적도 많았습니다. 몇 번 넘어졌지만 성모님의 전구하심과 부모님의 기도가 있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고, 사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새 사제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는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아픈 곳을 정확히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대의 징표는 사색, 독서, 경청을 통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독서가 필요합니다. 사제는 말씀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교회의 서적, 가르침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말씀은 강론을 통해서 선포되기에 강론 준비를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말씀이 우리와 함께 하셨고, 말씀이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기도는 갈망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기도는 꾸준히 해야 합니다. 기도는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제는 샘이 깊은 물과 같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사제는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셨습니다.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행동하는 사제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에서 많은 기적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우 분들이 마음을 열어도 시대의 징표를 모르는 사제가 있다면,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제가 있다면, 기도에 게으른 사제가 있다면, 행동하지 않는 사제가 있다면 복음의 꽃은 피기 어려울 것입니다. 새 자세들이 가는 새로운 임지에서 복음의 꽃이 활짝 피기를 기도합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나서 성령의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이 만나서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제와 교우가 만나서 믿음이 자라고, 사랑이 꽃피고, 희망이 열매 맺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들아, 주님의 훈육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그분께 책망을 받아도 낙심하지 마라.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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